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강남 하늘 재개발
SF
‘인류 역사상 다시 없을, 부동산 가격 상승 모멘텀이 걸린 문제.’
다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2025년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으며 집값은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이 팽배하다. 그런 사회에서 「강남하늘재개발」이 포착한 현실은 지나칠 만큼 정확하고, 바로 그렇기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하늘까지 재개발해 버리겠다’는 무지막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제로 밀어붙이는 사업가 고딕.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아파트란 자신에게 사후 세계에 속하는 것이기에 종교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리는 소시민 공무원 명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조로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고딕을 꿈꾼다.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폭주를 막아 세우는 이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그런 파격을 앞장서서 선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과연 ‘부동산’이라는 종교가 몰락하는 날은 올까? 한 번이라도 ‘내 집 마련’을 꿈꿔 본 적이 있다면, 「강남하늘재개발」이 선사하는 발칙하면서도 충분히 타당한 상상력과 그 뒤에 남는 씁쓸한 여운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작가
윤순영
수면부족자의 컴퓨터
SF, 호러
수면 부족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다들 한 번쯤은 지나치게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히려 뇌가 반짝 깨어나는 듯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도무지 평소의 나라면 떠올릴 수 없을 법한 기막힌 생각들이 쏟아지고, 몽롱함 속에서 영감에 접속한 듯한 감각. 마치 내가 꼭두각시가 된 것처럼,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몸이 움직이는 듯한 순간 말이다. 대체로 그런 상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도취되었던 당시 느꼈던 만큼 훌륭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넘쳐흘러 버린 무의식이 평소의 나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수면부족자의 컴퓨터」의 주인공 소윤은 날밤을 꼬박 새운 끝에 바로 그런 경험을 한다. 자신이 쓴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환상적인 코드를 뽑아낸 것이다. 문제는 잠에서 깨어난 뒤다. 그 코드는 더 이상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문자 덩어리’로 보인다. 여기서 설명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작품의 장르를 소개하는 일조차 어쩌면 당신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발칙한 상상력과 흥미로운 서사, 그리고 뛰어난 흡인력이 만들어내는 무지막지한 재미에 기꺼이 휘말려 보시기를 권한다.
작가
유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