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곧잘 수학을 ‘세계 어디든 쓰일 수 있는 공통 언어’라고 한다. 숫자를 발음하는 방식은 달라도 ‘하나, 둘, 셋’ 등의 개념은 있으며, 굳이 어려운 어휘를 동원하지 않아도 합의된 최소한의 기호 체계를 써서 원하는 바를 가장 적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지구 밖에서도 수학은 쓰일 수 있을까?
외계 종족, 레흐놀루벤스키히야와 지구의 흙과 바닷물을 대가로 광속의 열다섯 배 속력을 낼 수 있는 워프 엔진 기술을 거래하기로 한 자리는 황당무계하고 어이없는 이유로 파한다. 다름이 아니라 번역을 담당했던 교수가 외계인을 그 자리에서 패 버린 것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느냐고 묻자, 교수는 바로 워프 엔진 기술을 사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 정확히는 그들과 인간 사이의 수학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알못이니 문과라서 안 된다느니 말을 하는 이들에게 문과 교수는 자신이 왜 수학적인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는지 차분히 설명해 나간다. 「숫자도 못 세는 게」는 분량은 다소 짧지만, 흥미로운 착상으로 새로운 스토리적 시도를 한 것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 그리고 수포자와 수알못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큰 장점이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