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편집장의 시선

하늘의 아이들
판타지
탄탄한 세계관과 흥미진진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
제국의 젊은 승상 네르구이(이름이 없다는 뜻)는 대 칸(황제)의 병환이 위중하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듣고, 제국의 네 황자들을 찾아간다. 모든 변경백과 의족들이 모이는 ‘대 쿠릴타이’가 열리고, 황자들의 경쟁인 옥패수탐이 시작될 것을 예고하기 위해서다. 얼마지 않아 소식을 듣고 동서남북 각기의 개성과 야망을 가진 이들이 차례차례 모여들고, 제국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길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초반부터 다소 쉽지 않은 직업명과 이름 때문에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 팬이라면 높은 진입 장벽을 거쳐야만 한다. ‘쿠릴타이’, ‘세첸’, ‘네르구이’ 등 몽골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진입장벽은 작가의 우직함이다. 저자가 그려낸 작중 등장인물들은 고지식하다고 할 정도로 한결같이 어투나 상황, 행동에서 세계관이 만들어낸 예와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다. 조금은 풀어질 만한 상황이 와도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부분은, 저자의 우직함이 빚어낸 결과라 하겠다. 이는 초반부를 읽는 이에게 답답함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적응한다면, 읽는 이는 곧 자신이 장대한 서사의 맨 앞에 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뻔히 흘러갈 듯 보였던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선회하며 탄탄한 세계관과 함께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편집장의 관심을 끈 작품 혹은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
작가
문낭호
신의 사탕
호러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기묘한 학원 공포물
전학온 케이는 갑자기 앞에 앉아 있던 ‘봉봉’이라는 아이의 뒷머리에서 새로운 얼굴이 쑥 나오며 말을 걸어와 당황한다. ‘프랑’이라는 이름의 뒷머리 얼굴은 케이에게 호감을 갖고 친해지려 한다. 정작 육체인 봉봉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프랑은 오히려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기이한 상황에서 케이는 점차 프랑에 매료되면서도 봉봉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야말로 기발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한 몸에 두 개의 인격과 얼굴이 있고, 한쪽은 왕따 다른 한쪽은 사랑을 받는다는 설정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노골적으로 왕따 학생에게 가해를 하는 장면이 불편함에도, 그 가해의 중심에 선 이가 같은 몸을 쓰는 다른 인격이라는 점은 매우 기묘한 느낌을 준다.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 흐르나, 그 과정까지 풀어가는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게 놀라운 흡인력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편집장의 관심을 끈 작품 혹은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
작가
HY
미지정 법정전염병
호러, 추리/스릴러, 기타
유려한 흐름과 흥미로운 설정이 매력적인 작품
서울 강남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나는, 네 살 차이나는 어린 남동생이 폐질환으로 장기입원한 걸 계기로 생물학과를 진학하고, 졸업 후엔 질병관리본부에 특채로 합격한다. 그렇게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뜬금없이 UN조사관을 돕는 일에 차출된다. 벨기에 왕실에서 수교기념일을 맞아 초청했던 한국인 청년들에게서 이상병증이 발생하고, 이와 비슷한 증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자 조사관을 파견하여 잠적 중인 당사자를 찾는 걸 돕는 임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UN조사관과 함께 이곳저곳 탐문수색을 하던 도중 나는 경악할 만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미지정 법정전염병」은 저자의 탄탄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꼼꼼한 묘사와 유려한 글쓰기는 작품의 흡인력을 높인다. 웹 읽기에는 특화되지 않은 기나긴 문단 때문에 진입이 어려울 순 있으나, 차분히 읽어나가면 저자가 가진 내공이 차근차근 드러나기 시작한다. 개성있는 캐릭터와 미스터리한 사건에 마음을 뺏기다 어느순간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 작품을 보는 자세를 고쳐잡게 되고야 만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편집장의 관심을 끈 작품 혹은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
작가
김태민
코드
SF
사소한 실수가 불러온 경악할 만한 이야기
무디 에머슨은 어느 날 갑자기 심문실로 불려온 데 당황한다. 자신이 왜 이곳에 온지도 모른 채 심문을 받게 된 것이다. 업무를 게을리 했다는 심문관의 지적에 자신은 성실히 일했다고 항변하지만, 심문관은 무디가 보안 코드 입력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의무적으로 매일매일 기입하는 보안 코드 한 번 놓쳤다고 심문하다니, 게다가 전임자는 보안 코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심문관으로부터 듣게 된 보안 코드의 진실은 실로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코드」는 매우 단조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업무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한 남자가 심문실에 들어오고 심문관과 단 둘의 주고받는 이야기가 내용의 전부이다. 그러나 이 빠른 전개는 뛰어난 몰입감을 준다.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서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맺는 구성도 깔끔하다. 비록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의 흐름이지만 과정의 재미가 충분히 보상해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편집장의 관심을 끈 작품 혹은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
작가
정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