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케팅 회사에서 비정규직 계약직 사원으로 2년째 일하고 있는 나는 재계약 미팅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쁘던 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존재인 미영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보고 깜짝 놀란다. 전화는 받지 않았고, 재계약을 거절당하고 나온 이후 ‘미영이가 죽었다’는 짤막한 내용의 문자를 받는다. 차마 믿을 수 없는 소식이라 외면하려 했고, 회사로 들어온 다음에는 설상가상으로 사실상 나를 표적으로 삼은 실적 그래프와 최후 통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내 미영의 가족으로부터 여러 통의 연락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미영이가 마지막으로 전화하려고 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말들과 함께. 나는 오래전,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의 교정에서 미영이와 마주 보며 웃던 찬란한 순간의 풍경을 떠올린다.
「죽은 줄 알았는데, 투명인간이 되었습니다」는 다소 발랄한 톤의 제목과는 달리 한국 사회에서 수용되지 못하는 관계의 다양성과 청년 노동, 사회 인프라 문제 등을 다루며 서글프고 애잔한 서정을 담뿍 담아낸 작품이다. 작중 인용된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라는 「낙화」의 시구절처럼, 오래전 부족한 용기로 떠나보낸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상심이 겹겹이 쌓인 서정이 부시도록 맑은 하늘과 대비되어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