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대개의 추억을 미화시키기 마련이지만, 애초에 추억조차 아닌 악몽이었다면 미화될 거리는 없다. 누군가의 사랑받던 아들은, 누군가의 끔찍한 남편이었다. 지민은 전 남편과 사별했다.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그는 가정폭력범이었고 지민을 죽이려고 했으나, 사망한 것은 오히려 그였다. 시어머니는 남편을 살려내라며 매일 찾아온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죽은 이를 살리고 대신 죽고 싶은 이가 있다면 자신들에게 요청해 달라는 말을 하며 외계에서 물체가 나타난 것이다. 과연 지민은 시어머니의 집요한 요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외계 존재들의 요구는 무엇일까? 섬세하면서도 가지런한 문체로 풀어낸 긴박한 SF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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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서라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2022년 9월 1차 편집부 추천작
내 목숨을 바쳐서 대신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대신해서 날 죽이고 그 사람을 살려주세요.’ 이 서글픈 바람에 응답한 존재들이 있었다. 세계 각 도시의 상공에 어떤 큐브가 나타난 것이다. 당당하게 민원을 접수해 주겠노라고, 한 사람의 목숨을 다른 한 사람의 목숨으로 1:1로 ‘공정’하게 대체해 드린다고 선포한 그들의 요구에 맞추어, 한국에는 ‘상조복지부’에서 대신하겠다는 요청을 접수하게 된다. 지민은 그곳 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그리고, 전남편의 가정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다. 전남편은 지민을 태우고 자동차 사고를 내서 살해 후 자살을 기도했지만, 지민은 살고 전남편만 죽었다. 그리고 전남편의 가족들은 지민이 남편을 잡아먹고 살아남았다며 그에게 ‘대신’할 것을 요구한다. 끔찍한 공포와 압박, 그리고 우울 속에서 지민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죽은 누군가를 살리고 싶다는 욕망, 그것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을 바쳐도 좋다는 절절한 사랑은 그다지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자식, 연인, 섬기던 왕, 좋아하는 가수…… 어떤 사람이든 내 목숨보다 소중해질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만약, 누군가의 그런 마음을 접수해야 하는 일에 근무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일종의 자살 선언을 들어야 하는, 정신적으로 지극히 고된 일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누군가가 살리고 싶은 대상이 악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악인을 살리기 위해서 ‘내’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해 온다면. 탁월한 상상을 발휘한 소재에서 출발하여, 주인공에게 압박이 되는 사건을 치밀하게 배치한 「대신의 삶」은 그 결말까지 긴박하게 달려나간다. 흔히 이런 소설은 결말에서 맥이 빠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결말에서 클라이맥스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의 긴장감과 풀이를 선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소설. 작가가 직접 작업한 원작 만화가 있다고 하니 그것까지 즐길 수 있다. 여러모로 알차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