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사 고성락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된다. 그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초능력 같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는 대한피아노조율사협회가 육성한 ‘소셜 조율사’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시대에 태어나고, 아날로그 악기 소리에 자주 노출이 되어 귀가 예민한 재능을 가진 이들만이 소셜 조율사가 될 수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조율. 악기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조율한다. 이를테면, 노동자의 청각 스펙트럼을 조율하여 노동 쟁의를 막는다거나, 청각 자극을 이용해서 노동자의 피로를 극감시켜 마치 로봇처럼 일을 시킨다거나 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조율, 끝났습니다」는 르포 기사의 형태를 빌려 ‘강제적으로 평화로워진’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소설 속 사회는 조율이라는 제3자의 개입으로 인하여 다른 이들의 불만과 분노를 듣지 않고, 강제적으로 평화로워졌다. 노동뿐만이 아니다. ‘치매 노인에 대해 국가 인프라를 집중시키는 것은 세금 낭비’이니 ‘치매 노인들이 발생시키는 각종 소음과 행동에 조율사의 활동을 적용시켜, 치매라는 병이 멸종된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것이 소설 속의 사회다. 다소 비딱하고 시니컬한 어조의 현실 고발인 셈이다. 「조율, 끝났습니다」는 설정과 메시지가 스토리를 잡아먹는 소설은 물론 아니다. 유쾌한 어조로 사회 이곳저곳을 조명하던 작가는 끝부분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반전까지 드러내며 재미까지 함께 아우른다. 날카로우면서도 유쾌한 SF 스릴러인 「조율, 끝났습니다」를 이번주 추천작으로 올린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