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번쯤은 지나치게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히려 뇌가 반짝 깨어나는 듯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도무지 평소의 나라면 떠올릴 수 없을 법한 기막힌 생각들이 쏟아지고, 몽롱함 속에서 영감에 접속한 듯한 감각. 마치 내가 꼭두각시가 된 것처럼,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몸이 움직이는 듯한 순간 말이다. 대체로 그런 상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도취되었던 당시 느꼈던 만큼 훌륭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넘쳐흘러 버린 무의식이 평소의 나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수면부족자의 컴퓨터」의 주인공 소윤은 날밤을 꼬박 새운 끝에 바로 그런 경험을 한다. 자신이 쓴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환상적인 코드를 뽑아낸 것이다. 문제는 잠에서 깨어난 뒤다. 그 코드는 더 이상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문자 덩어리’로 보인다. 여기서 설명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작품의 장르를 소개하는 일조차 어쩌면 당신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발칙한 상상력과 흥미로운 서사, 그리고 뛰어난 흡인력이 만들어내는 무지막지한 재미에 기꺼이 휘말려 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