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Lars
SF, 기타
사건에 휘말린 스파이 경관의 크리스마스
덴마크 경찰 ‘라스’는 타인과 단 한 번만 접촉하면 그 이후에는 거리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감각을 공유하여 스파이처럼 상대방이 보고 듣는 그대로 보고 들을 수 있다. 라스가 소속된 이레네 경감이 이끄는 수산네의 팀은 라스처럼 ‘새로운 감각’이 발현된 사람들로 구성된 경찰 팀으로, 스웨덴 경찰과 공조해 소아성애자 ‘마르틴’을 잡고 밀입국 된 아이들을 구한다. 그러나 스웨덴 경찰과 덴마크 경찰은 아동 인신매매 브로커까지 잡기 위해 체포한 마르틴을 놓아준다. 그러나 브로커는 풀려난 마르틴에게 바로 접촉하지 않고, 라스는 마르틴이 기자인 척 예테보리시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 찾아와 한 아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된다. 새로운 감각을 지닌 신인류와 보통의 감각을 지닌 인류가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Lars」는 과거와 현재가 극적으로 교차하며 흥미롭게 진행되는 SF 소설이다. 신인류와 인류 간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유년기의 이야기와 한 남자를 뒤쫓아 국제범죄 조직까지 일망타진하려는 경찰의 현장 업무 이야기가 맞물려 점진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흡인력 있게 전개된다. 치밀한 사건 추리나 굉장한 스릴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자극적인 요소를 불필요하게 전시하지 않고 담담한 문체로 개인과 이종 집단의 역학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가슴 뭉클한 결말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
katarina
길잡이를 위한 모든 것
SF, 판타지
현실과 환상 속에서 방황하는 나그네들을 위하여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지상에서 쫓겨나 500년 동안 지하에 은거해 온 시간이 있었다. 이제 겨우 지상으로 올라온 지 250여년, 조상들을 지상으로 이끈 초대왕은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개발하며 살기로 약속했고 자연은 인간을 위해 다시 땅을 내주었다. 이 지상에는 사용 허가를 받은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가꾸는 직업이 있었는데, 바로 정원사 또는 관리사라고 불리는 일이 그것이다. 이들은 왕실 정원사들의 중앙자연보호시스템을 필두로 각 4개의 시에서 물과 전기, 바람, 식물 관리를 담당한다. 주인공 ‘선이화’는 청(靑) 시에 소속된 2급 정원사로, 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자잘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도시를 책임지는 가문이 바뀌고 이때마다 1급 정원사를 선발하는 추천제가 시행되는데, 요즘 이화의 최대 관심사 역시 자연의 일정을 직접 검토할 수 있는 1급 정원사가 되는 것이었다. 새로 부임한 시장과 추천제까지 신경 쓸 일이 넘쳐나는 와중에, 이화는 며칠 전부터 느껴지는 이상 현상이 불안하기만 한데……. 기억나지도 않는 책 내용이 문득 떠오르거나 사람들의 목 위로 줄이나 상처 같은 것이 보이는 등 이화에게만 특화되어 나타나는 문제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강렬하게 그녀의 뇌리를 강타한 어떤 무의식으로 인해 이화는 결정적인 세계의 이면을 직시하게 된다. 「길잡이를 위한 모든 것」은 ‘꿈’을 주요 소재로 다루면서도 본연의 고유하고 독특한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연과 인류에 대한 거시적 관점도 흥미롭지만, 꿈 납치, 나그네, 도깨비, 드림 콜렉터 등 꿈이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조되는 서사 설정의 면면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특히 이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길잡이’의 역할인데, 이들은 현실과 흡사한 꿈속에서 나그네가 된 존재들을 이끄는 일을 한다. 현실이 고달파 환상 속으로 도망쳤는데 그 환상 속에서마저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작품에 주목해 보자. 매력적인 세계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 캐릭터들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세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주인공 ‘이화’의 중대하고 담대한 모험은 더없이 흥미진진하다.
작가
서가
비밀유지각서 해제
SF, 로맨스
인공지능은 예술의 영역을 넘볼 수 있을까?
이미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현실화된 지금이지만, ‘인공지능이 창조성(creativity)의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을까?’는 한결 더 깊은 영역의 질문일 것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사유 방식을 비교하자면, 바닷가에서 잃어버린 반지를 찾을 때에 사람은 자신의 발자국을 되짚어 돌아가며 반지를 추적하여 찾아낸다고 하면 컴퓨터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을 끌고 와서 모래밭을 전부 헤집어 찾아내는 쪽에 가깝다고 한다. 현대의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중에 최적을 찾아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모래밭의 모래는 우리가 아는 모래이고, 인공지능이 생산해내는 이야기도 세상에 없는 것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비밀유지각서 해제」는 이야기를 생산하는 인공지능 자판기를 주인공으로 등판시킨 단편이다. 이야기를 뽑아내는 자판기 ‘세헤라자데’, 애칭 ‘헤라’는 여러 카테고리 버튼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카테고리는 인물, 배경, 시점, 사건, 장르 등등 세세하게 분류되어 사람이 자신의 선택을 마치고 나면 이야기를 토해낸다. 주인공은 헤라의 회사에 소속되어 헤라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자신의 색깔을 담아서 다시 쓰는 직업을 갖게 된 작가이다. 월급을 받으며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에 놓여서 기뻐했던 것도 잠시, 자판기의 카테고리를 통해 뽑아낸 이야기를 차별성 있게 고쳐 쓰는 일에 주인공은 점차 지쳐간다. 입사 초반의 반짝반짝함을 되살리라며 자신을 독려하는 편집장의 말에도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러던 중에 나는, 신입 작가인 진주 씨와 말을 나누게 되는데……. 「비밀유지각서 해제」에서 출발해서, 「제우스- 비밀유지 각서 해제2」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엄청난 굴곡이 있거나 굉장한 스릴이 넘치지는 않지만 흥미진진하다. 여러 작가들이 헤라의 글을 받아써서 자신만의 개성을 첨가하며 수정하고 또 수정할수록 헤라는 점차 완벽해지고, 마침내 헤라의 글은 단순히 인공지능이 쓴 것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고흐의 터치를 흉내 낸 AI가 그림을 그리고, 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공모전을 통과한다고 해서 과연 우리는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을 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중간에 등장하는 편집장의 대사가 몹시 인상적이다. “이런 클리셰는 누구나 다 알고 있고 헤라도 쓸 수 있는 거라니까. 그것만 보려고 하는 사람은 없어. 그 이상을 원한다고. 그 이상.” 학자들은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언젠가 정말 그런 강력한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면 그 인공지능은 새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이상을.
작가
글터파수꾼
나의 식인 룸메이트
호러
3일에 한 번, 나 대신 죽을 사람을 바쳐야 한다
내가 죽거나, 아니면 남이 죽거나.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스포츠 연예 잡지사에서 남들이 맡기 싫어하는 ‘납량특집’ 코너를 맡게 된 나는 몰릴 대로 몰린 처지다. 편집장은 듣기 싫은 말만 하며 구박 일상이고, 동료 기자는 건들거리며 신경을 긁는다. 그런 내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퇴근길, 집에 와 보니 웬 괴물이 내 집을 차지하고 앉아서 자신은 3일에 한 번씩 사람을 먹어야 하며 다음 식사는 너라고 예고한다. 원하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이 괴이한 생명체 앞에서 죽음의 위기를 느낀 나는 놈에게 먹이를 구해 주겠다며 목숨을 구걸한다. 3일째 되는 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특공대는커녕 고작 순경 한 명이 왔을 뿐이다. 처음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나는 믿든가 말든가 총이 있다면 저기 저 벽장에 대고 좀 쏘라고 경찰에게 얘기하고 만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을 먹잇감이 되게 할 수 없다고 갈등했던 것도 잠시, 그렇게 나는 점차 괴물 룸메이트와의 생활에 순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경찰, 사라진 동료의 일은 곧 문제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괴물보다, 내가 살기 위해 대신 잡혀먹을 사람을 구하는 일에 무뎌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더욱 오싹한 단편.
작가
공포문학 단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