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마리 멜리에스
로맨스, SF
아내의 기억을 좇는 한 남자의 감성 SF
연구에 열정적으로 매진한 과학자 남편, 한때 그 연구의 동반자였으나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아내. 남편이 힘겨워하는 아내의 속마음을 미처 보듬지 못한 사이에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나 버렸다. 자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과학자 부부의 파경이라는 다소 전형적인 소재를 독특하고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비틀어 구성해 낸 「마리 멜리에스」는 ‘인공두뇌 연구’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을 매질로 구현할 수 있는지 아닌지, 그런 이야기를 독자가 이해하는지 마는지는 중요치 않다. 아내를 잃은 남자는 아내에게 듣지 못한 마지막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의 연구를 밀어붙인다. 과연 남자는 자신이 구해 주지 못한 아내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의식과 기억, 그리고 기억과 감정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는 「마리 멜리에스」는 몹시도 서정적인 SF 단편이다. 아련하고 나른한 묘사가 작품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기에, 소설의 정서는 잔잔하고 쓸쓸한 쪽에 가깝다. 도입부에서 높은 화강암 절벽을 배경으로 해가 넘어가며 붉은 노을이 비치는 장면의 묘사는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차분하다. 마침내 해가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고요해진 계곡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 한 남자의 모습은 이야기의 결말과 맞물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
해도연
천명기
판타지
장대한 세계관이 빛나는 매력적인 동양 판타지
오래전 하늘의 문이 열리던 날, 하늘에서 내려온 천인(天人)들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인간들의 땅 위에 나라를 세운다. 지극히 정명한 하늘의 나라, 대 청명국 수밀. 「천명기」는 이러한 수밀황국의 신화를 중심으로, 황국의 통치하에 놓인 주변부의 신하국과 각기 저마다의 세계에 속한 인물들 간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거침없는 필력으로 펼쳐낸다. 7년 전 황국을 대상으로 했던 어느 가문의 전쟁을 시작으로, 근래야 황국의 경계로 편입된 야만한 북방의 영토 ‘예주’를 지나 다시 황국의 수도인 ‘천경 아사달’로 이어지기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지나는 이야기의 갈래는 여전히 도약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광활하고 차가운 땅 북방 예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1장과 다채로운 주법을 다스리는 술사들의 가문이 전설처럼 남아 있는 천명국의 세계를 다룬 2장의 전개가 교차되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서로간의 공백을 조밀하게 맞추어나갈 채비를 하려는 듯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운명처럼 북방을 지키는 진성, 그를 보좌하는 녹현과 도현. 천명국의 태자와 그를 지키고자 모든 일을 다하는 천위대장군 하연,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술력이 잠재된 현원 등 고유의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들 역시 다채롭게 빛난다. 같은 황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립적으로 꾸려진 저마다의 세계를 다루고, 그 안에서 치밀한 분투를 이어가는 인물들의 면면까지 세밀하게 조각해내는 「천명기」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작가
늠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