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엘 문도
판타지, 로맨스
한 세계를 여행하고, 소녀는 성장한다
나래는 불의의 사고로 아빠를 잃은 뒤 아빠와의 추억 속에서 방황하는 열일곱 살의 소녀다. 작가였던 아빠는 어딘지 신비한 인물로, 나래는 아빠와의 추억의 장소에서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 『엘 문도』의 원고를 발견하지만, 다 읽기도 전에 원고는 사라져 버린다. 학교에 지각한 어느 날, 과학실 도둑 ‘빨간 고글’을 붙들고 늘어진 순간, 나래는 빨강머리 연금술사와 함께 신비의 세계 ‘엘 문도’로 건너오게 되는데…….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한가득 등장하는 모험 이야기 『엘 문도』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판타지이자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은근한 비밀을 풀어 가는 미스터리이며, 또한 아빠를 잃은 한 소녀가 겪는 통증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초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부분은 빠른 속도감과 잦은 전환으로 인해 살짝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가독성이 좋은 문체 덕분에 이야기를 따라잡기는 어렵지 않다. 술술 읽히는 탓에 정신 차리고 보면 이야기가 끝까지 달려가 있고, 완독을 마치고 나면 나래의 모험이 짧게만 느껴질 것이다. 결말의 울림은 깊어, 또 한 번의 모험이 시작되기를 누구나 기대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9와 4분의3 정거장이 아닌 시공의 통로 속으로 떠나 보자.
작가
장아미
불통의 미덕
기타, 일반
​출가외인이라는 무명(無名)의 존재에 대하여
신정에 맞춰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께 새해 인사를 올리러 가자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나’는 얼결에 대구로 내려온다. 난데없는 요청에 사연을 묻자, 그간 농사짓는답시고 시댁에는 허구한 날 들락거렸는데 친정에는 한 번이라도 간 적이 있냐며 엄마가 ‘농담조’로 말했다는 것. 그리하여 다함께 엄마의 고향을 찾기로 하고, 동생을 포함한 네 가족은 외할머니가 계시는 경북 산골의 감나무골로 향한다. 그러나 외가로 가는 길에 들른 외할아버지 산소에서 ‘나’는 뜻밖의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데….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룬 딸자식을 두고 흔히들 ‘출가외인’이라며 대수롭잖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의 관습이란 어찌나 뿌리 깊고도 강력한지, 가사와 맞벌이의 이중고를 책임지느라 10년 동안 고향에도 한 번 못 가본 엄마의 삶이 작품 속에서 날카로운 풍경으로 비쳐 들어온다. 「불통의 미덕」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 스스로 바라는 자식이 될 수 없었던 화자의 자책과 회한이 복잡하게 오가는 이야기다. 몰라도 되는 사실을 알게 된 자식의 마음, 원하는 존재가 될 수 없던 ‘나’의 마음은 어디에 가닿을 수 있는 걸까. 애처롭게 헤매는 마음을 품고 산다 하더라도, 사실 달라지는 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짧은 설 명절을 보내고 난 지금 시기에 여러 감정을 곱씹으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작가
샐러맨더
장마 – 1 (제3회 ZA 문학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판타지, SF, 호러, 추리/스릴러
비와 함께 찾아온 공포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던 어느 여름날에 이변이 발생한다. 미국이 개발 중이던 신무기가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속보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상물질이 섞인 장맛비를 맞은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공격적으로 변해 버리고, 생존자들은 집 안에 갇힌 채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린다. 잠시 비가 멎은 사이, 홀로 버티고 있던 대학생 정필의 집에 선화라는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며 찾아온다. 정필은 군인인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현재 치료제가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생필품이 바닥날 지경이 되자 우비를 단단히 갖추어 입고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곤란에 처한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면서, 선화에게 어떤 비밀이 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는다. 제3회 ZA 문학상 우수작인 「장마」는 비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공격적으로 변하고 말았지만 물을 두려워다는 독특한 설정의 좀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장마가 좀비 사태를 초래하였는데도, 정작 살아남은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동안에만 생존을 위해 바깥으로 나가야만 한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간의 내면을 낱낱이 드러내는 좀비 소설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
ZA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