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넷째 주 편집부 추천작

황금의 유전자
판타지
미혼모, 재벌, 출생의 비밀. 사골 같은 소재인데도 어딘가 신선하다!
「황금의 유전자」에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에게 갑자기 아이 아버지의 집안인 재벌 일가가 나타나 대가를 지불할 테니 아이를 내놓으라는 둥, 소위 막장 드라마에서 우리가 종종 봐 온 클리셰가 모조리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반부부터는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본 적 없는 의외의 사실이 드러나며 장르가 돌변한다. 판타지적 소재를 현대 한국 배경에 잘 녹여낸 그 ‘출생의 비밀’, 직접 확인해 보시길. 상경하여 대학생활을 하다가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단 한 번의 불장난으로 아이를 임신하고 본가인 청주로 돌아온 영미. 충격에 빠진 부모님이 노발대발하는 상황에서도 영미는 단호하게 대학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혼자서 딸을 기르며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 나간다. 아기 때부터 유난히 금붙이를 좋아하는 딸 수아는 또래보다 왜소하지만 영리한 아이로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영미는 우연히 뉴스 방송에서 수아의 아버지 양주완의 얼굴을 발견한다. 정재계를 뒤흔드는 굴지의 재벌 영오그룹의 상무인 그는 몇 년 후 내 앞에 나타나서는 열 살이 된 수아에게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
Oo
생명의 나무 1
일반, 기타
여성의 삶이 태동하는 생명의 나무를 그리다.
올리브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수학이나 과학을 평균적으로 더 잘한다고 말한 아이와 다툰다. 이를 계기로 올리브는 우주에 가겠다고 선언하고 방 안의 벽지에 여성 과학자들의 이름만을 적은 ‘이름 나무(Name tree)’를 만든다. 하지만 친구 에밀리를 위해 싸우다 사고를 당하고 올리브는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포기하려고 한다. 「생명의 나무」는 시대별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4편의 단편을 묶은 중편 소설이다. 앞선 3편의 이야기에서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학업과 사회적 진출을 포기하고 반드시 결혼해야 하며, 유산 상속을 위해 딸이 아닌 아들을 출산해야만 한다. 또 정숙과 순결을 강요당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죄책감에 시달리다 사망하거나 남성의 폭력과 근거 없는 간통죄로 사형되어 생을 마친다. 그러나 마지막 편은 다르다. 올리브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며 개인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 진정한 여성의 삶을 영위하는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4편의 이야기 중 어디에 해당할까? 케니와 앤디가 올리브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은 미리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사랑을 담아 응원한 말이 가슴을 울린다.
작가
윤사흘
기괴하고 이상한 이야기 – 1. 손바닥 춤
호러
통쾌한 복수의 맛을 선사하는 신체 코믹 호러
짝. 짝. 짝. 어느 날, 아닌 밤중에 손뼉을 치는 소리가 빌라 밖에서 들려온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 내는 소리가 꽤나 거슬려 밖을 내다 본 그때, 바닥 언저리에서 하얀 손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손만이 모여 만들어 내는 소리였던 것. 그런데 그 뒤로도 손뿐만 아니라 이상한 것들이 종종 빌라 앞에 나타나 춤을 추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눈알, 뼈, 코, 입, 발… 기괴하게도 신체의 일부만이 날마다 의문의 모임을 반복하는데, 빌라 입구에 쪽지를 붙여 주의를 줘봤자 정작 소음의 주범인 손들에게는 소용이 없다(경고문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다시 들려오는 요란한 박수 소리. 짝. 짝. 짝짜라짝짝. 짝짝. 짜라라라라라락 짝짝. 참다 못한 주인공은 빗자루를 들고 뛰쳐나가 손들을 마구 패준 뒤, 파르르 떨고 있던 가녀린 손 하나를 붙잡아 집 안 서랍장에 가둬 놓고 응징의 본보기로 삼으려 하는데…. 동 작가의 기괴한 이야기들을 모은 시리즈의 첫 단편인 「손바닥 춤」은 독특한 발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읽는 내내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능숙한 전개가 일품이다. 신체의 일부분을 소재로 한 설정에 걸맞게 각 부위의 기능성(?)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여 이야기가 점차 풍성해지는데 잔잔한 공포는 기본이요, 깜찍한 반전은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다.
작가
미이
무기여 잘 가거라
SF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SF 로맨스
이 이야기의 매력은 줄거리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19금까지는 아니지만, 담백하리만치 담담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분명히 ‘거기’와 ‘그 일’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거기 말이다, 거기. (으악!) 하필이면 때려도 거길 때려, 하는 류의 표현이 어울리는 바로 거기. 한 여자의 다섯 번에 걸친 이별 스토리를 순서대로 묘사했던 유사 제목의 노래 「무기여 잘 있거라」처럼, 이 이야기는 한 남자의 연애(랄지, 글쎄, 연애라고 쓰고 ‘그 일’이라고 읽자)에 관한 역사를 순서대로 노래하고 있다. 한편 이 희극적인 비극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실로 경쾌하여, 독창적인 상상력은 유쾌한 필체를 만나 속사포처럼 결말까지 달려간다. 남자를 ‘무기’에 빗댄 부분은 박상민의 노래와 비슷하다면 비슷하지만, 이야기가 결말에 이르면 그것이 진정 무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과 잘 ‘가거라’라는 표현이 이 이야기에는 더욱 어울린다는 것을 누구라도 느낄 것이다. 한편 만약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를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긴가민가하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믿게 될까, 아니면 이렇게 정성스러운 이야기를 지어내 가며 날 거절해 주는 성의를 봐서 조금이라도 덜 미워지기라도 할까.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그저 한 남자의 밤일 연대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야기는 전혀 지루할 틈이 없고, 자칫 더티 토크에 그칠 수 있었던 주제는 남자의 순정 덕분에 사랑스러운 결말로 승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무기여, 잘 가거라.
작가
SF환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