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리 없는 우주
SF
우주를 누비는 성리학자가 블랙홀에서 발견한 것은?
「리 없는 우주」는 아득히 오래전 전염병으로 인해 서양 문명이 몰락의 길을 걷고, 동양 사상이 계속 발달하여 음양오행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질서로 자리 잡은 우주 제국을 그린다. 우주와 동양 사상의 조합이 잘 상상이 안 가고 어색할 것 같은가? 놀랍게도 낯섦은 잠시, 어느 국적의 악기로 연주를 하더라도 익숙한 음률의 멜로디는 귀에 잘 꽂히듯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태허(블랙홀)’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자연물을 두고 유불도에 속한 학자들이 펼치는 논쟁도 흥미롭다. 같은 세계관의 후속작 「성 없는 인간」도 읽어 보시기를.
너 홀로 숨바꼭질
판타지, 호러
무당과 곰 인형이 함께하는 숨바꼭질 놀이, 시작!
「너 홀로 숨바꼭질」은 귀신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무당이 손님이 벌인 강령술로 인해 움직이게 된 곰 인형에게 쫓기는 공포 판타지 소설이다. 귀신의 집에서 귀신을 퇴마해야 하는 무당의 피곤한 삶과 귀신이 깃들었으나 위협적이지 않은 작은 곰 인형과의 추격전 등 현실감 있는 상황 설정이 유쾌하여 피식 웃게 한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흥미로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숨바꼭질 놀이로 무더위를 날려 보시길 바라며 다시 보는 베스트 추전작으로 선정한다.
블랙홀 이야기 – 1
SF, 추리/스릴러
“도망치지 않는 우주가 있기를”
블랙홀 탐사에 얽힌 사건의 실체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SF 중편 「블랙홀 이야기」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물리적으로 뚜렷하게 지각할 수 없는 현상과 존재에 대한 숱한 탐구가 매혹적인 이야기나 노래를 만들어 왔던 것처럼, 이 작품도 블랙홀 탐사라는 미지의 활동에 얽힌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통해 지금 여기 발 디디고 선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어떤 중독도 겪지 않는,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그리고 도망치지 않는 우주가 있기를 바라며.
생명의 여름
SF
“나를 위해 살 거야.”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된 시대, 고온의 대기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여지없이 죽음으로 내몬다. 결국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정체가 대참사로 이어지자, 많은 이들이 죽음에 이르른다. 하지만 그건 그저 지옥길의 시작일 뿐. 단수와 단전, 이어진 죽음과 결핍의 시대, 수연은 대참사의 희생자인 T의 장례식을 홀로 지키고 있었다.
「생명의 여름」은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되었다. 기후 위기로 몰락하는 인류에 관한 밑그림 위에 수연과 T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나간다. 소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기후 재난의 섬뜩한 미래를 강렬하게 경고하는 작품으로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