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매의 날개를 꺾어라
판타지, 로맨스
삶에 대한 굳건한 의지로 맥동하는 전쟁 판타지
유일신 ‘헬라’를 믿는 국가 중 하나인 타누히의 수도에서는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재판으로 꽤나 떠들썩하다. 고명한 가문 출신의 한 소녀가 부모에 대한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 평생 바티니 신분으로 살아갈 것을 처분 받은 소녀는 곧바로 국토 동서부의 버려진 땅으로 보내진다. 유일신의 계승자를 두고 벌이는 내전과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마물들의 습격으로부터 모두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이 안팎으로 이어지는 시대. 죽으면 그만인 전쟁 소품으로서 바티니의 처지를 깨닫게 된 그녀의 나이는 이제 고작 8살이었다. 부모의 죽음부터 더럽혀진 명예까지, 그간의 일들에 대한 슬픔을 감당할 겨를도 없이 소녀는 세계의 끝에서 매일매일 생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부모의 핏자국을 딛고 섰기에 더욱더 살아야만 하는 얄궂은 운명. 감당하기 힘든 시련에도 생의 의지로 충만하게 빛나는 소녀의 이름은 바로 ‘사하르’다. 「매의 날개를 꺾어라」는 온갖 고난 속에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인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 ‘사하르’의 성장담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전쟁 판타지 소설이다. 억울한 누명으로 하루아침에 바닥끝까지 추락해 버린 소녀의 일대기를 매끄러운 호흡으로 펼쳐 나가는데,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과거사와 별개로 주인공의 성장 일화가 차곡차곡 쌓여 장대한 드라마를 빚어낸다. 또한, 점차 종교적 이념이 격돌하는 대전쟁의 징후가 깊이 드리워져 있기에 한껏 고조된 긴장감 속에서 앞으로 주인공의 약진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자신을 끝 간 데 없이 몰아붙이며 누구보다 삶의 의지를 강렬하게 불태우는 사하르. 어둠 속에서도 초록의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나는 그녀의 일대기를 만나 보시길 바란다.
작가
수킴
엄마 이름
추리/스릴러, 일반
엄마 이름 몰라요, 우리 엄마는 도망가서 나는 엄마 이름 몰라요…….
가정환경 조사서를 내지 않은 아이에게 선생님이 엄마 이름을 묻자, 아이는 “몰라요.” 하고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바쁜 선생님은 무심코 독촉한다. “2학년이나 되는 애가 엄마 이름도 모른다고?” 아이는 느릿느릿, 작은 소리로 다시 대답한다. “엄마 이름 몰라요, 우리 엄마는 도망가서 나는 엄마 이름 몰라요…….” 선생님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순간 말문을 잃는다. 술에 취해 들어와 늘 “개쌍년”을 외치는 아빠에게 개쌍년이 뭐냐고 묻자, 아빠는 “너거 엄마다.” 하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짝에게 “우리 엄마 이름은 개쌍년이야.” 하고 말했다가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왔던 날, 아이는 쏟아지는 아버지의 발길질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 뒤로 아이는 엄마 이름을 묻는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어졌다. 엄마의 이름을 말했단 이유로 아빠에게 얻어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쌍년”이 사람의 이름이 아니란 것을 알 정도로 철이 들었기 때문에. 엄마 이름을 모른다는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창자가 아리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던 선생님과, 세상 처음으로 자신을 안아 준 선생님을 위해 뇌물처럼 바나나를 바치던 아이. 아이는 지독한 학대의 역사에서 탈출해서 씩씩하게 살아가지만, 그 구원의 과정마저 지독하게 아파서 슬프다. 이토록 폭력으로 얼룩진 잔혹한 가정사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단편 「엄마 이름」은 읽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작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치유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단한 삶에 잠깐의 온기가 스친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씩씩하게 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김은아
자율 주행 알고리즘 최적화를 위한 비공식 합의팀
SF
자율 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 인공지능 SF
자율 주행차가 상용화된 근미래, 자동차 제작사 중 1위인 암페어 사에는 자율 주행차의 사고율을 낮추기 위해 비공식으로 합의를 제안하는 사고처리팀이 있다. 그 팀에 소속된 ‘안기현’은 인공지능에 의해 개발된 비공식 합의 기준과 알고리즘화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차로 인해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이는 자율 주행차가 아닌 보행자 ‘전수철’의 과실로 판명난다. 그러나 ‘전수철’은 배상액 전액을 면제하고 합의금까지 더해 주면 비공식으로 합의하겠다고 도리어 제안한다. 얼토당토않은 제안을 암페어 사가 수락하자 납득할 수 없었던 안기현은 보험 사기의 의혹을 품고 전수철을 감시하는데… 자율 주행 자동차의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 「자율 주행 알고리즘 최적화를 위한 비공식 합의팀」은 고의로 사고를 유발한 후 배상액을 지불하기는커녕 합의금을 요구하는 수상한 사건의 배후 집단을 쫓는 SF 단편이다. 흥미진진한 도입부부터 숨겨진 비리를 파헤쳐 이를 공표하는 결말까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단서를 꾸준히 던져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도 「예외처리팀 김미선」의 반가운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또다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작가
노말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