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핫하게 달군 트랜드가 있다. 바로 ‘거지방’(절약방)이다. 돈 절약이라는 공통의 목표 하에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소비는 서로 마구 질책하는 단체대화방인데, 서로 불필요한 소비(?)에 관해 재미있는 드립을 쏟아 내기에 바쁜 대화 캡쳐가 큰 화제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밝은 곳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인데, 「우리 단톡방에 소비왕과 거지왕이 있다」는 이중 메신저와 SNS를 이용한 통신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사이버불링 및 집단따돌림에 ‘거지방’이 이용되는 행태를 드러냈다. 사이버 불링에 대한 정확한 묘사와 통찰력, 그리고 시의적절한 사회적 맥락까지 담보한 소설로, 바로 오늘, 바로 이 시간 읽기 좋은 소설이다.
2학년 V반에는 거지방이 있다. 자기가 쓴 돈을 공유하고, 소비액을 비교하여 소비왕과 거지왕을 뽑는 식인데 소비왕은 거지왕의 소원을 하나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 방의 거지왕은 정해져 있다. 바로 미정이다. 맨날 구부정한 자세와 거북목으로 걷는, 둔하고 느린 애. 음울한 애. 미정은 자신이 쓴 돈을 단톡방에 잘 올리지도 않고, 애초에 돈을 잘 쓰지도 않는다. 이유는 뻔하다. 정말로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딸기샌드빵 하나 샀다고 몸도 크니까 많이 먹으라면서 ‘응원’해 주는 친구들, 볼펜 하나 샀다고 ‘빌려주겠다’고 말하는 ‘배려’. 말이야 다정하고 따뜻한 배려지만, 그 안에 숨겨진 조롱과 비아냥, 그리고 멸시를 누군들 읽지 못할 수가 없다. 이걸 뒤에서 조종하고 주도하는 사람은 지현이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지현과 미정의 상황은 역전된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