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차 편집부 추천작

그 책의 이름은 <나폴리탄>
호러
친구의 부고로부터 촉발된 그것
갖은 노력 끝에 들어온 회사에서 평범하고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나’는 친구의 부고를 접하고 10년 만에 동아리 친구와 재회한다. 함께 책덕질을 하던 시간들이 무색하리만큼 졸업 후 연락 한 번 주고받은 적 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친구가 꺼낸 이야기는 단번에 나를 사로잡는다. 한때 전설적인 수수께끼로 여겨지던 책을 우연히 수집하게 되어 정식 번역과 출간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독자로서 교정 작업에 참여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았던 것. 초벌 번역을 마친 후 세상을 뜬 친구의 부고, 그리고 실존하는지도 몰랐던 이 책의 존재를 대면한 두려움과 기이한 열망 속에서 나는 혼란한 감정을 느끼는데……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책에 얽힌 관계와 정서를 추적하는 「그 책의 이름은 <나폴리탄>」은 본문에도 다양하게 인용되는 것처럼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가 가득한 작품이다. 집착과 광기, 환상과 공포가 뒤섞이며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현실을 앞세워 억지로 멀어졌던 지난날의 내 그림자로 이끌리듯 빨려들어가는 저항 불가의 완력감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오랫동안 추적했던 책의 실체를 접하고 마주하게 된 순간, 그들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작가
그린레보
마당
호러, 추리/스릴러
온통 짐승의 울음소리만이
폭풍이 울고, 어두운 하늘에 벼락이 번쩍일 때마다 마당에 삽질하는 한 사람의 인영이 비친다. 검은 비닐에 싸인 아내의 시체를 묻는 윤식의 모습은 이미 짐승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의 모습을 담에 매달린 옆집 여자 순이가 지켜보고 있다. 윤식 역시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만 아이를 잃은 이후로 미쳐 버린 순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마누라의 자리를 탐내던 양귀비 마담 장 씨를 생각하며 웃음을 짓는다. 작가는 플롯을 비틀거나, 반전을 선사하거나, 모호한 묘사로 혼선을 주는 일 없이, 직설적으로 온통 암울한 비린내만이 가득한 짐승의 마당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한때는 잘나갔다던 남자의 과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윤식의 인생은 밑바닥이다. 술을 마시고,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웃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다. 납작한 담으로 둘러싸인 낡은 집들이 들어찬 산동네에서 윤식의 가정사는 이웃들의 입방정에 오를 소재는 될지언정 그의 손길에서 가족을 보호할 방패는 되지 못한다. 정신 나간 이웃집 여자에게 아들을 방임하다시피 하는 아비에게는 어떤 구원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결말이지만 스산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장기가 여지없이 발휘되어, 독자에게 선사하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작가
배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