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우주가 멈춘다
SF
이 땅의 현실에 공고히 발붙인, 우주 개척 시대의 정교한 SF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왜행성 세레스의 정거장에 도착한 한 남자. 관자놀이 부근의 감정 절제 스위치를 켜고 그가 향한 곳은 성간교통공사 노사 실무교섭장이었다. 성간교통공사가 정거장을 민영화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세레스의 노조 지부에서 파업을 예고했던 것. 사측 대리인 자격으로 교섭에 참석한 ‘제이든 송’은 파업 여론의 중심에 선 인물 ‘유진 문 메그레즈 코델리아-37’와 함께 팽팽한 신경전을 시작한다. 제이든은 노조의 요구사항을 전부 수용하는 대신, 단 하나의 안건만은 철회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맞서는데……. 「우주가 멈춘다」는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에서 일어났던 세계 최초 우주 파업 기록문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인용으로부터 말미암아 이야기가 나아가려는 방향성을 명확히 내세운다. 성간교통망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처지와 분투에 주목하면서, 안팎의 갈등과 관계의 변화를 다채롭게 다뤄나간다. 뿐만 아니라, 각종 인물과 세계관의 모티브를 제주설화와 우주과학 및 노동사에서 따온 점도 흥미를 더한다.(세레스에는 실제로 자청비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한 크레이터가 있는데, 이는 독일의 한 항공우주과학자가 제안한 명칭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성과는 별개로 인물 관계나 요소들 간에 유기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왜행성의 교통과 물류를 책임지는 미래 세대의 파업전야를 그려내는 긴장과 열망에 더해 긴박한 갈등 요소가 추가되며 마무리된 1부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고대하게 만든다.
작가
우르술라
경국지색
판타지, 로맨스
한 시대에 경국지색이 셋이나 태어나니 그 결말은 파국뿐이었다
나라도 망하게 만들 대단한 미인이 셋이나 모인 황실 연회 자리. 그 절세가인의 첫 번째는 현비 양씨요, 나머지 둘은 서로 이복 남매인 황제의 큰딸 여희와 둘째 아들 윤이다. 이 셋은 모두가 황제의 손에 누군가를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의 시선이 나긋나긋 춤을 추고 있는 미모의 현비에게 쏠린 사이, 월왕 여희가 꿀물에 절인 열매를 무심코 입에 넣는다. 그런 그녀의 앞에 그녀와 반목을 일삼던 이복동생 윤이 갑작스레 다가와 서더니, 품속에서 약병을 꺼내 마신 다음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데……. 단편 「경국지색」은 황제의 연회에서 일어난 살인 미수 사건을 강렬한 밀도로 그려내고 있다.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황실의 정치 싸움 이면에 깔린 눅눅하고 축축한 감정이 빠른 전개 속도에도 놀랍게 잘 전달되는 매력적인 로맨스 소설이다. 하나만 있어도 성을 기울게 하고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경국지색의 미인이 세 명이나 모인 자리라니, 이야기의 결말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장편의 한가운데, 위기나 절정 단계에서 만날 수 있는 장면 하나를 뚝 떼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캐릭터들의 면면이 매력적인 이야기라 남은 이야기를 더 만나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수순 같기도 하다.
작가
어여쁘오서
오해
호러
소시민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나면, 더 나쁜 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던 우울하고 속 쓰리던 어느 날, 주인공 ‘나’는 퇴근하자마자 아내가 딸 서우를 혼내고 있는 모습과 맞닥뜨린다. 사실 모범생인 서우는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는 못된 친구에게 모질게 굴지 못한 탓에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던 것인데, 딸의 반에 있는 소위 ‘노는 아이’ 혜주가 딸의 체육복을 빌려간 뒤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 답답해하며 소리를 높이는 아내 몰래 내가 서우에게 용돈을 쥐여 주며 체육복은 새로 사고 이만 잊어버리라고 하며 일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혜주는 더욱 서우를 못살게 굴기 시작하고, 선생님께 알려야 할지 어째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아내를 두고 나는 두 달 전 우연히 차량 접촉 사고로 알게 된 전직 형사 윤형준을 떠올린다. 상관의 비리를 고발하려다 도리어 누명을 쓰고 옷을 벗은 그의 경력이 떠오른 나는 이 문제를 윤형준에게 상담하고, 윤형준은 가해 학생의 학교와 이름을 대면 자기가 이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호기롭게 나선다. 그리고 3일 뒤, 나는 혜주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설마 하는 마음으로 윤형준에게 전화를 걸고, 윤형준은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답변을 하는데……. 단편 「오해」는 원치 않은 범죄에 휘말리며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심정이 된 소시민 가장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그저 딸을 지켜 주고 싶었는데 지키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자괴감, 일이 이렇게 커지길 원치 않았기에 오는 초조함과 실제로 폭력이나 범죄를 맞닥뜨려 본 적 없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감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물이다.
작가
공포문학 단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