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을 잃은 후 고통을 겪던 주부는 남편과 의사에게서 머리를 비우는 습관을 들이라는 얘기를 듣곤 하지만, 최근 어떤 물건에 대한 집착적인 생각이 도무지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그것은 마트에서, 주방에서, 베개 밑에서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마는 ‘칼’이었다. 「칼과 나」는 자식을 잃은 비극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부부 사이의 위태로운 관계와 서로 간의 의심을 다룬다. 화자의 일상에서 시시때때로 돌출하는 칼이라는 물건이 마치 신발 속에 들어온 돌처럼 계속 신경을 자극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스치듯 급되는 셜리 잭슨의 작품처럼 서서히 조여 오는 듯한 긴장감과 서늘한 충격이 인상적인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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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칼이 문제였을까
평일 오후, 장을 보러 마트에 온 연희는 멍하니 식료품 코너를 배회하며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남편과 의사의 지적을 곱씹는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바구니 안에는 먹거리와 함께, 넣은 기억이 없는 새 식칼이 반쯤 포장이 뜯긴 채 들어 있었다. 교환이 어렵다는 말에 그냥 구매하고 들고 온 칼은 요리를 할 때 외에도 연희의 일상에서 드문드문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칼과 나」의 주인공은 어린 딸을 잃은 주부이다. 일상적으로 가는 장소에서 너무 많은 생각에 사로잡힌 채 헤매는 모습에서 아이를 상실하는 비극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겼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남편과의 저녁 식사 자리 같은 사소한 단면에서 이 가정에 근본적으로 잠재했던 문제가 서서히 떠오른다. 죄책감, 기억 상실, 거짓말로 점철된 부부의 삶에는 무슨 비밀이 있던 걸까? 날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는 반전까지 쭉 달려가 보시길.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