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경기도 모처에서 수집된 유류품에서 발견된 내용이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언으로 시작된다. 발견된 유물은 제의적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금줄로 보였는데, 이후 이어지는 여러 구술과 고문헌, 신문 자료, 이메일, SNS, 통화 기록 등을 종합해 보면서 일반적인 금줄과는 형태와 목적이 조금 다른, 어딘가 기이한 구석이 있는 물건이라는 함의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 물건으로 인한 이상 현상이 발현되고 그를 감각하는 저마다의 증언 등을 통해 서서히 불온한 분위기가 번지며 점차 긴장감이 고조된다.
「오탁악세」는 옛 풍습에서 출산 직후 악귀와 부정을 막기 위해 집 앞에 걸어 두곤 했던 ‘금줄’이라는 단 하나의 소재를 활용해 시대를 넘나들며 고조되는 공포감을 탁월하게 선사하는 작품으로, 제목 자체도 명, 겁, 중생, 견, 번뇌의 다섯 가지가 오염되어 타락한 나쁜 세계를 일컫는 불교 용어이다. 앞서 전개된 내용을 또 다른 자료나 구술이 반박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레 변곡점을 꾀함으로써, 작중 다양한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나열식의 지루함이 없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명료한 이야기선이 느껴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형식적 실험과 모호함에서 파생되는 공포가 더없이 인상적이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