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결국 읽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

인터뷰, 연구, 아파트 공문, 개인사 채록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매뉴얼 괴담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가 인상적인 「재난 관리청 특별기밀자료들」을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모종의 규칙이 자연스럽게 제시되고 그로 인해 미지의 불안감이 고조되며 순환적인 공포를 발생시키는 이 작품은 불쾌한 뒷맛을 남기면서도 상당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불온한 찝찝함을 느끼지만 결국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현대인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공간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들은 개인이 통제하거나 피할 수 없다는 원천적 무력감 자체가 공포로 치환되는데, 뿐만 아니라 때론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더욱 직접적인 공포를 타격한다. 즉,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에 깃든 순도 높은 공포는 결국 ‘읽기’라는 독자의 주체적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이야기에 개입되는 것을 누구도 피할 수 없다.

2025년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아무런 추론도 하지 말고 읽을 것.

재난관리청이라는 미지의 조직에서 엄격한 기밀로 관리하는 미공개 자료들의 목록이라는 콘셉트로 각종 괴이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연재작 「재난 관리청 특별기밀자료들」을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작품의 형식은 그야말로 다채롭다. 의문스런 사건에 직면했던 개인의 증언 같은 기록부터 안내 지침이 명시된 공문이나 방송, 편지 등의 형식을 통해 이해와 상식을 초월하는 기괴한 이야기들이 각축전을 벌인다. 엘리베이터처럼 밀폐된 공간에 갇혀 독자 입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공포를 꼼짝없이 느껴야 하는 이야기부터, 꿈을 매개로 의식을 넘나드는 매뉴얼 지침, 아날로그 호러적 면모가 드러나는 방송 에피소드까지 일상적인 공간을 무대로 하지만 서양식 주술과 한국적 코스믹 호러의 요소가 결합된 이야기가 변칙적으로 전개된다. 다만 노골적인 묘사로 인해 때론 불쾌함이 들기도 한다.

에피소드 간 연결점을 뚜렷이 공유하는 설정은 없지만 재난관리청 소속 박준식이라는 직원의 존재가 등장하며 일부 단서를 남기는 등 매뉴얼 괴담의 새로운 변주와 확장을 시도하는 작품으로, 명확한 인과관계의 추론이 불가한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성향 평가에 참신과 광기를 선택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읽고, 그 기괴한 여운을 느낄 따름이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