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 세상은 어느덧 인공지능 법관이 활약하는 시대가 되었다. 전뇌 기술과 뉴럴 네트워크이의 발전으로 도입된 주민등록칩 시스템 덕에 개개인의 심리 정보를 수집해 위법성에 대해 판단할 근거 자료가 마련되었고, 이 흐름과 함께 법률 제도의 역사와 판례를 분석하고 국민의 법감정을 실시간 학습하는 심판관 모델이 등장했던 것이다. ‘수정란 은행’을 폭파시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형사책임을 묻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다. 이에 심판관 ‘염라’는 여덟 가지의 근거를 들어 피고인의 이의 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때로는 건조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쓰인 공문서나 법조문에 세상만사가 함축되어 있어 이를 읽어 내며 추리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판결문의 형식을 띤 이 작품도 그러하다. 인공지능 법관이 도입하게 된 배경부터 시작해 항목을 하나하나 읽어 나갈수록 법률적인 쟁점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뿐 아니라 자아의 동일성 문제, 시민 저항권, 생명권, 구 세대의 행태에 대한 위기 의식 등을 엿볼 수 있다. 법률 용어로 쓰여 있기에 쉬이 넘어가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각 항목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덧 작중의 세상을 상상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