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곡리 6층 석탑 해체 수리 과정에서 발굴한 사리함 내부에 순금으로 제작된 경판이 발견되며 세간의 주목이 집중되는 와중, 밀려드는 업무를 떠맡고 있는 조계사에 현탁 스님을 찾는 전화가 걸려 온다. 화제가 된 사리 유물 연구를 담당했던 교수로부터 현탁 스님을 꼭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의문의 불자를 찾는 여정 속에서, 현탁의 옛 스승이었던 춘선 스님의 맏상좌인 해공을 알게 된다. 딱 봐도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스님 해공은 현탁을 만나러 가는 임무를 자청하고 모처로 내려가 그를 우연히 조우하는데, 당면한 스님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흰 셔츠에 검은색 바지 차림, 무엇보다도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머리를 한 남자가 수행자일 거라고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굴 유물을 연구하던 교수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며, 또 이 제멋대로의 스님에게는 무슨 특출난 재주가 있기에 이토록 찾아 헤맨 것일까.
영화 「파묘」부터 「검은 수녀들」까지 대중적으로도 오컬트 장르 콘텐츠가 많이 주목받은 최근이지만, 이 작품은 신선한 소재와 장르 교합은 물론이고 캐릭터의 선명함이 더욱 눈에 띈다. 껄렁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정확함, 언뜻 가벼워 보이는 제목과 달리 불교의 교리가 더해진 힘 있고 이색적인 퇴마 과정, 그리고 중간중간 유쾌함을 더하는 잔잔한 유머까지……. 검은 코트를 차려입은 장발의 스님과 앳되고 정석적(?) 외모를 갖춘 스님의 조합이 제법 괜찮은 콤비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