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들어간 첫 회사인 스타트업에서 제대로 된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은 ‘나’는 퇴사 후 거주비를 아끼기 위해 한 레즈비언 커플이 사는 집에 하우스메이트로 들어간다. 2층에 집주인인 노부부가 사는 낡은 쓰리룸 단독주택이었다. 그런데 이사 당일,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 주인집 할머니가 기묘한 고백을 한다. 사실 1층은 비밀 통로로 지하실과 연결되어 있고 그곳에는 자기 손자가 사는데, 자기 손자와 결혼한다면 통로의 위치를 알려 주고 집도 상속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황당한 소리에 하우스메이트들과 대책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얻지 못하고 일단 이사를 마친 ‘나’는 그날 밤 기묘한 꿈을 꾼다.
면접자인가, 셰에라자드인가? 전 직장에서 겪은 불우한 경험으로 운을 떼는 「자줏빛 용의 아흔아홉 번째 왕비」의 화자는 어딜 봐도 수상한 집에서 맞닥뜨리는 체험을 맛깔스럽게 풀어놓는다. 잠이 들면 화자는 ‘목소리 없는 자’가 되어 폭군이 지배하는 꿈속 세계를 관찰하는데, 노동자이자 구직자로서 현실에서 경험한 울분의 감정이 이세계의 모순을 발견하며 폭발한다. 순리대로 흐르는 전개는 기대하지 말고, 예상치 못한 흐름에 몸을 맡겨 따라가 보시라. 꿈에서 시작되어, 꿈으로 끝나는 이야기니까.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