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데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단편 「얼굴훔치기」의 주인공은 온라인의 최신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르고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더하여 확립한 남다른 취향을 개인 SNS에 올리는 데서 나름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나 자신의 취향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하여 올리는 사람이 있고, 인공지능 기술이 이러한 욕망을 실현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면 어떨까?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을 한 번쯤 받았을 현대인이라면, 조만간 등장할 수도 있을 법한 서비스의 묘사에 섬뜩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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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세계에서 나의 ‘추구미’를 100프로 구현할 수 있다면?
희수는 최근 SNS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팔로하고 있던 한 계정에 주목하게 되었다. 계정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음식이며 방문하는 전시관, 옷차림, 물건 등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정확히 희수의 취향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희수는 처음에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남들과는 차별적인 강하고 독특한 개성을 쌓아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계정을 보면 볼수록 점차 ‘취향을 도둑맞았다’는 불편한 기분이 들면서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문제의 계정에서 보름 만에 올라온 새 사진. 거기에 찍혀 있는 건 과거 어색한 사이였던 고등학교 동창의 얼굴이었다.
요 몇 년 새 ‘추구미’라는 신조어가 많이 쓰이게 되었는데, 직관적이기도 하거니와 SNS로 특별히 주변 사람이 아닌 타인의 삶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만큼 그야말로 시대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얼굴훔치기」에서는 SNS에서 ‘되고 싶은 나, 새로운 나를 만들어 보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하에 취향에 맞춘 게시물을 생성하고 계정을 운영해 주는 유료 인공지능 서비스가 등장한다. 누구나 품을 만한 욕망을 자극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릿해지게 하는 기술이 불러올 만한 일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그려진다.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