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사람의 의식을 데이터로 가공해 가상현실 속에서 영구히 보존해 주는 서비스 ‘마리아’가 보편화된 근미래. 마리아 내의 데이터 주민들이 바깥의 유족과 화상이나 음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채팅하는 일도 가능했었으나, 돌연 시스템 개편을 이유로 한 달에 한 번 녹화된 화상편지를 보내 주는 형식으로 서비스가 축소되었다. ‘나’는 시스템 보수 작업 이후 엄마와 영영 연락을 주고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소녀를 만나고 그 사연을 궁금해한다.
세상을 떠난 소중한 이를 데이터로 만들어 가상 공간에 붙잡아 놓는 기술이 생긴다면, 그 수요는 얼마나 폭발적일까? 다만, 현실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그러하듯 ‘비용’이라는 문제가 얽히면 그 암울한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이 단편은 스스로 사망 후 데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여성의 시점으로, 데이터 인간들을 가두는 일종의 ‘감옥’이 되어 버린 저승의 단면을 그린다. 현실의 사정에 의해 쉽게 무너져 버릴 수 있는 위태로운 세계 속에서 화자가 계속해서 던지는 의문들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