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폐쇄상가
일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 소원은 세 개까지만.
새벽 4시, 편의점 안쪽 네 번째 칸의 음료를 마시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세 번째까지만이다. 네 번째 소원은 절대 빌어서는 안 된다. 믿기 힘들 정도로 쉽고 간단한 방법, 주인공, 은재는 그렇게 세 개의 소원을 단순하게 날려 보내고 만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았으면 좋겠네, 혼자 일하기 너무 힘드니까 아르바이트생을 빨리 구하면 좋겠네, 복권이 당첨됐으면 좋겠네. 그래서인지, 그의 머릿속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조금만 더 욕심을 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그는 네 번째 소원을 빌고야 만다.
악마가 나타나 세 개의 소원을 빈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알라딘과 요술 램프」와 같은 동화에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주체, 즉 지니를 해방시켜 달라는 소원을 빌도록 유도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가르치기도 하고, 공포 소설에서는 오히려 세 번째 소원을 빔으로써 지난 소원들을 다 무위로 돌리거나 더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더 많은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과연 그런 변칙에는 어떤 대가가 따를까? 「폐쇄상가」에서는 네 번째 소원을 빈 사람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편의점과 상가라는 현실적인 배경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짧지만 쉽지 않은 알레고리를 담아낸 「폐쇄상가」를 금주 추천작으로 올린다.
지목
추리/스릴러
오전 10시, 지목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눈보라에 고립된 해발 1800미터 산 정상의 산장. 이곳에 사업가, 전직 형사, 배우, 도박사 등 제각기 다른 사정을 지닌 여덟 명의 사람이 모종의 게임 참가자로서 초대된다. 정해진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24시간 동안 계속되는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하루 동안 숙고한 후 제거되어야 할 한 사람을 다음 날 투표를 통해 정해야만 한다. 토론과 변론의 과정을 통해 끝내 지목되는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같은 눈보라 속으로 던져지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게임의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다. ‘마피아’와 ‘시민’이 서로를 노리는 마피아 게임과 같이, 구성원 중에는 다해서 몇 명인지 모를 ‘다크’와 그보다 수가 많은 ‘화이트’가 존재하고 생존자의 향방에 따라 최종적으로 승리한 팀에게는 100억의 상금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말로써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거나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려야 하는 과정은 곧 진흙탕으로 변하고, 진실보다는 생존만을 추구하는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감춰져 있던 인물 간의 관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캐릭터들의 빠른 퇴장들이 다소 아쉽지만, 고립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생존 게임 스토리다운 정석적인 재미가 있다.
잔존의 신호
추리/스릴러
뜻하지 않게 살인사건에 연루된 한 남자의 추적극
아내가 아이를 임신한 중에 뜻하지 않게 회사를 그만두게 된 나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시동을 켠 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차를 도난당하고 만다. 그리고 다음 날 찾아온 형사들은 그의 차가 살인사건에 이용됐다는 말을 전하는데, 자신의 차가 이용된 살인사건이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초등생 실종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큰 충격에 빠진다. ‘서부 초등생 살인사건’ 불리게 된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여파 탓인지 아내도 아이를 유산하는 등 연이은 불행이 겹친다. 그러던 어느 날, 피해자 아이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와 잔존물로 처리된 그의 차량을 구매하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잔존의 신호」는 뜻하지 않게 자신의 차량이 범죄에 활용되며 살인사건의 간접 피해자가 된 화자의 일화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층 깊어지고 넓어지는 미스터리의 긴장감과 흡인력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가해자의 과거를 추적하며 알게 된 진실을, 나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공유
일반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와의 추억에 대하여
‘나’는 ‘너’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데려오던 날을 회상한다. 또 다른 화자인 ‘나’는 버려진 채 굶주리다 어느 순간 지내게 된 곳이 바뀌던 날을 회상한다. 이들은 각자 유기된 햄스터와, 그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 사람이다. 햄스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먹이부터 생활 환경 조성까지 모든 것을 공부해 나갔고, 무엇보다 그에게 하병만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나는 하병만이라는 햄스터와 함께 살게 되며 햄스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에 대해서도 몰랐던 면면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어느덧 마지막을 앞둔 순간이 당도한다.
「공유」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입장에서 교차되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전개되는 서정적인 단편이다. 작은 설치류라 유기도 쉽고 입양은 더 어려운 존재, 그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정성껏 돌보며 함께 성장했던 나날은 그들 사이에만 오롯이 남을 것이다. 이야기 형식과 내용 특성상 인간적 시선이 투영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햄스터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에도 온전히 마음을 내맡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