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무명의 별
무협, 기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두 여성 무공인의 호쾌한 무협 액션!
여기, 이름이 없는 것이 곧 이름이 된 자가 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외모의 소녀가 왕십리 인근 경찰서의 강력계 형사 5명을 5초 만에 그야말로 해치워 버린 대사건의 주인공. 어릴 적부터 산중노인이라 불리던 자에게 무공을 전수받으며 강력한 살상 무기로 키워진 자. 그가 바로 ‘무명(無名)’이다. 여기, 중2때 수학 과외를 받다가 남다른 기질을 간파당해 무공을 배우게 된 자가 있다. 과외선생과 함께 무공의 기초를 배우고 숱한 대련을 거치며 거침없는 성장세를 과시하는 그의 이름은 ‘권별’. 악당들을 퇴치(?)하기 위해 선생을 따라 밤 나들이를 다니던 권별은, 무명이 경찰서에서 형사들을 처치하는 영상을 본 이후 언젠가 그를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는데……. 복잡하고 냉철한 현대사회에 우리가 모르는 무림고수들이 저마다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면 어떨까? 강인함으로 무장한 독보적인 두 여성 무공인을 주인공으로 한 유쾌하고 긴박감 넘치는 현대 무협 『무명의 별』의 매력은 다양하다. 우선, 무협의 용어나 세계관이 낯설어 읽기를 주저했던 이들도 마우스를 재게 날리며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친절하다. 평범했던 고등학생이었다가 무공인이 된 권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에, 무공인들이 흔히 시전하는 멋스러운 대사를 오그라든다고 휘돌아 까는가 하면, 싸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수고스럽게 무공 이름을 외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를 설파하거나, 서로 카톡이라도 주고받는 것처럼 현장에 가 보면 늘 나쁜 놈들이 당도해 있다는 등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한 장르적 괴리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독자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유쾌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스승을 두었지만 청출어람의 실력을 선보이며 거침없이 성장하는 두 여성 무공인의 활약을 지켜보는 일은 더없이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무공을 익힌다는 건, 힘을 가진다는 건, 세상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영향 받거나 구속되지 않고 오직 내 의지와 뜻을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거야.’라던 한 스승의 말처럼, 일방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자아를 회복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진실을 추적하는 두 여성 무공인의 활약을 끝까지 함께 지켜 보시길 바란다.
작가
이시우
무당, 박수 그리고 당산나무 이야기
호러, 추리/스릴러
사람 죽이는 나무를 둘러싼 흥미진진 시골 오컬트
아토피가 심한 두 딸을 위해서 부부는 귀촌을 결심한다. 하지만 정리해고 바람을 타고 희망퇴직을 한 후, 주인 없이 버려져 있던 고향의 집으로 돌아온 부부를 맞는 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영 떨떠름하기만 하다. 지역 유지이자 군 의회 의원인 황태식은 집 근처의 고목을 가리키며 ‘저 나무는 신령이 깃든 당산 나무이니 나무 근처에 가지 말라’는 다소 뜬금없는 경고를 날린다. 당산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썼다가 타 죽었다거나, 나무에 오르는 장난을 쳤던 철없던 아이가 갑자기 소아마비에 걸렸다거나, 당산 나무에 마귀가 씌었다며 나무를 도끼질했던 집이 수해 피해를 입어 일가족이 죽었다거나, 나무 옆 땅에 텃밭을 가꾸던 가족이 모두 암에 걸렸다는 증언들은 덤. 그러던 중 갑자기 아이들이 아토피가 심해지고 두통, 고열, 구토가 이어지는 괴질에 걸리자 아내는 영험한 무당에게 큰돈을 주고 굿을 하자고 나서는데……. 무당, 박수, 지역 유지, 말 많은 동네 사람들 등 온갖 전형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는 노련한 연극배우들의 잘 짜인 공연을 보는 듯 꽉 찬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반전은 다소 예측가능하나 결말은 충분한 재미와 만족감을 준다.
작가
미스공
나무 대륙기
판타지, 로맨스
빛과 어둠의 힘이 공존하는 나무 대륙에서 꽃처럼 피고 진 목숨들의 이야기
반역죄로 남편을 잃고 유폐된 녹옥공주가 혼외로 낳은 아이인 반(半)공주 서미를 따라 어릴 적 두 사람이 함께 자란 ‘이름 없는 산’ 밑 ‘고래등걸’로 오게 된 무화. 7년 전, 궁궐로 복귀하는 어머니를 따라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던 서미가 홍등가로 팔려가던 무화를 구해 주러 온 이래, 두 사람은 신분을 넘어선 친구 사이가 되었다. 서미의 존재를 알게 된 목(木) 왕실은 공주를 데리러 오지만, 정작 서미를 왕궁으로 입궐시키지 않고 고래등걸 봄 축제로 보낸다. 그 여행에 목국의 최고 권력가인 적송가의 장남 반하가 동행하는데, 유명한 미남인 반하의 미모에 서미는 호감을, 무화는 경계심을 느낀다. 한편 고래등걸에 도착하자, 영주 태산은 서미에게 청혼을 넣고, 7년 전 화재 사건을 언급하며 서미를 위협하는데……. “세상은 한 그루의 나무, 목숨은 매일 피고 지는 꽃…… 빛에서 난 옥과 심연에서 난 어둔. 그 가운데에 용들이 있나니…….” 『나무 대륙기』는 신비한 힘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 나무 대륙을 중심으로 한데 얽힌 두 소녀의 운명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신분 차이가 나는 두 소녀의 위태위태한 우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두 사람의 인생과 더불어 다양한 주조연의 비밀들이 얽혀들면서 점차 확장되어, 마침내 온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는 대혼란으로 이어진다. 궁중의 권력 다툼과 신분 바꿔치기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끊임없는 음모와 위기로 엮어내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 새 황홀한 무늬를 갖춘 태피스트리를 마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래등걸의 어두운 밤거리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작가의 빼어난 묘사는 독자들을 낯설고 기이하지만 매혹적인 환상 세계로 손쉽게 끌어들인다.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20년 가까이 글을 쓰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 온 작가 은림은 대사 하나를 수십 번도 더 고치는 완벽주의다. 작가는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 이 작품을 쓰지 않고는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노라고 회고했다. 작가가 필연적으로 써내려 간, “그래서 계속 해 보기로 했던, 남자가 아닌 ‘여자’ 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작가
은림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