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콘크리트
추리/스릴러
단서는 잘린 손가락! 소도시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추적극
검사 부부라는 타이틀로 겉치레만 요란했던 결혼 생활을 끝낸 세휘는, 남편을 상대로 지지부진한 이혼 소송과 양육권 분쟁을 이어가는 동안 고향인 안덕을 찾는다. 이곳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새롭게 시작하려는데, 때마침 당숙뻘 되는 친척이자 동네의 거물로 통하는 장정호의 소개로 마트 사장 윤정두의 임금체불 사건을 맡게 된다. 그러던 중 문제의 마트에 엄청난 규모의 화재가 발생해 윤정두 사장이 실종되고, 사건은 걷잡을 수없는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실종자의 엄지손가락을 제외하면 범인의 단서조차 짐작할 수 없는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전직 검사 조세휘가 뛰어든다. 「콘크리트」는 안덕이라는 가상의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관계에 기반한 공동체 특유의 권력 작동 방식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모든 공권력을 뛰어넘는 실세가 존재하고 모든 이들이 그를 떠받치는 기형적인 권력 구조 속에서, 이야기의 큰 줄기가 되는 방화 실종사건의 전말을 차츰차츰 파헤쳐 나간다. 지방 중소도시의 생리를 드러내는 작품의 분위기자체는 크게 새롭지 않고 오히려 양극적 묘사가 전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파편처럼 흩뿌려져 있는 단서들이 어떻게 조각을 맞춰나갈지 이어지는 전개가 사뭇 궁금해진다. 뜻하지 않게 고향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게 된 세휘를 중심으로, 각종 비밀을 품은 마을의 토호세력과 서울에서 좌천된 지방언론사의 기자 등 다양한 욕망을 품은 이들이 펼쳐 보일 치밀한 인간사의 단면을 함께 만나 보시라.
작가
점선면
붉은 나비
호러, 판타지
옛 기담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전적인 공포물
친구들 사이에 나비 박사로 통하는 석현은 술자리에서 창우가 이야기한 ‘붉은 나비’가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는 신종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날개는 새빨갛고, 몸통은 새까맣고, 예쁘긴 한데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징그러웠다”는 그 나비. 석현이 창우에게 전화를 걸자, 창우는 흔쾌히 자신이 나비를 보았던 동망산에 동행하겠다는 뜻을 비친다. 술자리에 함께했던 영수에게도 같이 갈 것을 권하지만 일정이 있던 그는 거절하고, 석현과 창우 두 사람만 붉은 단풍 사이로 기암절벽이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동망산으로 향한다. 도착한 산에는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암자가 하나 지어져 있고, 암자에는 단풍나무의 주위를 맴도는 나비 그림이 걸려 있는데……. 이야기는 전형적인 공포 기담의 형태를 충실히 따라가며, 으스스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한다. 친구들 사이의 유쾌한 분위기가 기묘한 당혹감을 거쳐 공포와 분노로 퍼져나가는 과정은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는 현대 고어물보다는 형식미나 양식미를 갖춘 고전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는 길지 않고,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반전은 없지만 수없이 많은 붉은 나비가 날아오르는 장면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체험은 즐거울 것이다.
작가
테라토마
사방에서 신록이 스멀거리고
SF, 추리/스릴러
미세먼지가 사라진 세상,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비인후과 의사 건록은 10년 전에 한 결정으로 인해 크나큰 고난을 겪는 중이다. 과거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지자 정부는 수도에 돔을 세우고 모든 공단을 지방으로 이전했는데, 여전히 마스크와 방독면이 날개 돋힌 듯이 팔리는 돔 바깥에서 이비인후과 진료소를 개업하는 건 성공이 보장된 길이었다. 그래서 목이 좋다는 브로커의 말에 홀랑 넘어가 돔 바깥에 있는 공단 인근에 병원을 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작 10년 사이에 유전적으로 개량된 공기 정화 식물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덕에 대기오염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사람들은 맑은 하늘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건록은 빚더미에 오르고 말았다. 빚 걱정을 잊고 잠들기 위해 단기 기억상실이란 부작용이 있는 약물 아티반에 의존하던 그는 부족한 약을 직접 납품받기 위해 나섰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도입부는 다분히 현재에 가깝고 소박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암울한 미래상과 거대한 음모가 본색을 드러낸다. 공기 정화 식물 덕에 대기가 맑아진 미래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약물에 기대는 의사가 느끼는 혼란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다. 왠지 밝은 낮에 벌어지는 공포를 선명하게 그린 영화 「미드소마」를 볼 때의 불안감이 떠오르는 단편이다.
작가
양진
섬 (제1회 ZA 문학 공모전 대상 수상작)
판타지, 호러
좀비 세상, 아파트에 갇힌 나의 생존 일지
월요일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좀비와 마주친 나는 주말 사이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다. 부모님이 걱정되어 단숨에 집으로 향하지만, 멀쩡한 건 집뿐으로 부모님은 좀비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동네 재개발 수주를 따지 못하고 경쟁사에 뺏긴 일을 트집 잡아 부모님과 따로 살던 것을 후회하며, 두 분을 방에 가둔 채 회사에 출근하지도 못하고 구조대만 기다린다. 이후 우연히 생존자 한 명과 만나지만 첫 만남은 마지막이 되고, 1년이 다 되도록 구조대가 오지 않자 홀로 남은 나는 극적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나선다. 제1회 ZA 문학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섬」은 아파트에 고립되어 좀비 바이러스로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이의 일상을 짤막한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본격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ZA 소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군인이 아닌 일반인의 시점에서 풀어내 더 익숙하고 현장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 현대 도심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표상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연출된 고립된 상황은 현실에서 각박한 삶을 살아 내려는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트 있는 서술과 흡인력 있는 전개로 멋진 피날레까지 단숨에 읽어 보자.
작가
ZA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