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짜리 사탕을 사러 동네 슈퍼에 간다. 주인 할머니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주머니에 초콜릿 과자를 몰래 쑤셔 넣고 사탕만 계산하고 나온다. 아주 별거 아닌 사소한 범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해도 쉽게 저지르지 않을 범죄이긴 하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직접 과자를 주머니에 집어넣지는 않더라도 누군가 들키지 않게 내 주머니에 넣어줬다면 어떨까? 다시 과자를 꺼내 돌려놓을 양심이 우리에겐 있을까? 고작, 200원짜리인데?
주인공을 꾸준히 찾아오는 정체모를 존재가 하나 있는데, 그녀는 바로 이 단 한 걸음, 우리가 범죄까지 가지 않는 단 한 걸음을 대신 떠미는 존재다. 잘못한 것도 없이 친구에게 떠밀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화가 가라앉기 바로 직전의 순간에 내 손에 돌멩이를 얹어주는 바로 그 한 걸음. 직접 훔친 것도 아닌데 내 손에 들어오는 현금이 두둑한 누군가의 잃어버린 지갑이나, 친구의 방학 숙제 노트 같은 것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양심을 팔 수 있을 것 같은 그 순간들을, 신실한 종교인인 주인공은 선한 삶을 추구하며 끈질기게 이겨낸다. 하지만 일생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며 그의 곁을 맴도는 여자의 유혹은 점차 강도가 강해지는데…….
한 다큐멘터리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한 도덕성 실험이 나왔다. 도덕성과 관련된 인터뷰를 마친 후 사전에 약속된 것보다 5만원 많은 15만원의 사례금을 받은 대학생들 대부분이 말없이 봉투를 챙겼다. 단 한 명만이 봉투에 돈이 많이 들어 있다고 제작진에게 알렸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받아야 할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면 당연히 돌려줄 것이라고 인터뷰 중에 대답했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이토록 실천적 행동과 이상적 도덕성 사이의 갭은 생각보다 깊다. 악마와도 같은 여자의 유혹과 그를 버텨내는 주인공의 팽팽한 줄다리기 사이에서,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매끄럽게 섬뜩함을 남기는 흥미로운 작품 「고해」를 만나 보자.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