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째 집 근처 공원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기묘한 오르막 구간을 자전거로 오르고자 노력 중이다. 언뜻 보기엔 그다지 가팔라 보이지 않지만 막상 사람의 힘으로 올라가려면 결코 쉽지 않은 곳이라 ‘도깨비 고개’라 불리는 언덕은, 이미 동네의 소박한 명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언제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며 완등에 대한 오기를 자극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불쾌한 기분이 들어 번번이 오르기를 포기하거나 실패해 왔던 곳. 그럼에도 계속된 미련으로 각종 체력 단련을 받으며 만반의 준비를 한 나는, 오늘만큼은 반드시 그 언덕을 넘고 말겠다는 끝장 결심을 한다.
「소원」은 도깨비 고개라 불리는 기묘한 언덕을 배경으로, 이 공간에 사로잡힌 한 부녀의 미스터리한 일화를 다루는 공포 단편이다. 마치 사람이 자력으로는 쉽게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미지의 힘에 지배된 듯한 아득한 오르막과 그를 넘어서려는 딸의 끝없는 도전과 인내, 그리고 그 결과로서 마주하게 된 것들의 정체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해야 할까. 단순히 기묘한 존재들을 넘어 가족사의 어떤 단면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기묘한 흡인력과 서정적 여운을 남긴다.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설계된 직사각의 공간성, 그리고 그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갇힌 영혼들의 목소리…… 도깨비 고개에 얽힌 ‘최후의 소원’은 과연 누구의 바람이었던 걸까?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