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센터에 수석 인턴으로 입사한 영우는 최근 은하연방이 새로운 진공 거품 조사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은하연방이 진공 거품이라는 미지의 물질 존재를 탐사해 온 시간이 30년이 넘었음에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위험한 환경 탓에 조사단원들에게는 자살이나 다름없는 일로 인식되는 업무였지만, 영우에게는 부모님의 병원비 마련과 치료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 투입에 대한 여론 악화로 사실상 마지막 파견이 내정된 듯한 제32기 조사단에 영우뿐만 아니라 인턴 차석이었던 에리카를 비롯해 다른 인턴 동기들도 함께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리카는 조사단에 지원한 다른 목적이 뚜렷해 보였지만, 영우는 모두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진공 거품을 진짜로 조사해 보겠다는 열의를 불태운다. 자신이 직접 진공 거품의 실체를 두 눈으로 마주하겠다고.
우주 개척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미지의 재난 현상의 배후를 파헤쳐 나가는 SF 스릴러 「달리 방법이 없었다」의 제목은 다분히 목적 지향적이며, 이 메시지는 작중에서 인물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발화된다. 내가 본 우주는 네가 본 것과 달랐고 진공 거품에 대한 내막을 확인하려면 직접 가 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주인공의 태도인데, 이처럼 우주라는 경외 속에서도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지 않고 그저 직선적인 도전을 하는 묵묵한 선택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주어진 선택지를 최선을 다해 수행한다는, 일상의 태도로 견지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자세로 그저 나아가는 인물의 여정이 흥미로운 이유다. 다소 복잡한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점, 일부 작위적인 대사의 뉘앙스가 있긴 하지만 거대한 우주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실감 나는 여정은 물론, 후반부 은하연방과 진공 거품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반전 역시 놓쳐서는 안 되니 꼭 끝까지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