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당신이 되고 싶으신가요?’ 이 소설의 세계는 직업마저 소비하는 세계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감정을 SNS에 전시하게 되는데, 독특하고 희귀한 감정일수록 값어치가 올라간다. 반대로 ‘과잉된 감정’은 버려야 한다. 혹여 일에 몰입하여 열심히 역할을 수행할 경우 ‘역할 과포화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진단받게 된다. 그리고 도윤은 지난날 겪은 일이 남긴 감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과잉 감정자라 할 수 있다. 그가 오늘 선택한 직업은 청소부. 과연 그 ‘경험’은 도윤에게 어떤 감정을 선물할까?
‘자산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경험에 소비한다’는 요즘 세대는, 이제 경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경험을 소비하는 행위’를 소비한다고 한다. 실제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먹방으로, 여행을 가는 대신에 여행 유튜브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직업의 경험’을 소비하는 행위가 그리 극단적인 상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진정한 ‘경험’이,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몸을 움직이고, 접촉하고, 현실을 느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거나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던지는 물음을 묵직하게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