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는 기개가 필요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분명해야 하고, 보여 주고 싶은 플롯에 확신이 있어야 하며, 자신이 창조해 낸 캐릭터들에게 매력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신뢰하지 못하는 작품은 결국 독자의 신뢰 역시 얻기 어렵다. 더욱이 그 무대가 판타지, 그것도 신화라면 요구되는 기개는 한층 커진다. 하나의 세계가 어떤 원리로 탄생하고, 그 세계가 어떤 질서 속에서 움직이며,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끝까지 설득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신의 골렘은 드물게 그런 자신감을 갖춘 작품이다. 자신이 왜 창조되었는지를 묻는 골렘과, 그 물음에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하는 신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선명하고, 그 질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또한 흔들림이 없다. ‘존재의 존재함’이라는 오래되고도 근원적인 명제를 탐구하지만, 이야기는 결코 복잡한 의미론을 두서없이 떠들어대지 않는다. 하나의 질문을 우직하게 붙든 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 단단한 추진력이 신화라는 장르가 지닌 원초적인 매력을 다시금 일깨운다. 황금드래곤 문학상 본선 진출작이기도 하며, 올해 본선작들을 읽어 볼 생각이라면, 가장 먼저 이 작품으로 문을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