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 데스티나는 침대 위 남편의 자리가 싸늘하게 식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는 남편 갤러해드가 남긴 쪽지를 읽은 뒤, 최대한 빠르게 그의 뒤를 따라 길을 나선다. 폭우 속에서 그녀가 향한 곳은 이제는 몰락한 리스덤 백작가인데, 이곳에는 그녀와 남편에게 끝도 없는 고통을 선사했던 ‘악마’들이 살고 있다. 저택 사람들은 그녀의 방문에 경악하지만, 그녀는 어두운 과거가 그득한 저택 안으로 발을 딛는다.
작품의 주된 배경은 이제는 화려한 과거를 잃고 영락해 버린 귀족의 저택으로, 리스덤 가 사람들에게서 일절 생기가 느껴지지 않아 저택은 시종일관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저자는 고딕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간체를 이용해서 읽는 이의 정보를 제한하는 한편 천천히 호기심을 고조하는데, 격렬한 고통으로 점철된 과거 반추와 악에 악으로 되갚는 복수 서사에도 화자의 시선이 들뜸 없이 고요하고 차분하게 남는 점이 흥미롭다.
성경에는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한 방울만으로도 오염되어 버릴 독이 계속 뿌려져 고이다 못해 썩은 우물이 있다면 과연 선한 마음만으로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가?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