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지 못할 때

  • 장르: SF, 호러 | 태그: #루세온 #좀비 #SF
  • 평점×35 | 분량: 261매
  • 소개: 바이오하자드 상황 발생. 도시가 봉쇄됩니다. 모든 건물의 출입문은 도시 중앙제어시스템에 의하여 셧다운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5층 건물에 갇혔다. 루세온 세계관. 더보기

2025년 1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보답받지 못하는 희망은 무의미할까.

이 소설에서 좀비는 ‘좀비’라 불리지 않는다. 언젠가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들은 ‘재생체’라 불린다. 그러나 아직 단 한 번도 재생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을 기다리며 재생체들은 별도의 시설에 격리·수용된다. 이 일대의 사후재생체 관리 센터에는 무려 61만 기의 재생체가 수용되어 있다. 그러던 중 우연한 사고로 그들이 풀려나자, 정부는 즉각 실내 대기 명령을 발령한다. 일정 시간 단백질 섭취가 중단되면 활동성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결국 정지하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게 주인공들은 극도로 식량이 부족한 건물 안에 고립된 채, 재생체가 멈추기를 기다린다. 과연 이들은 다시 ‘재생’될 수 있을까.

좀비는 오래도록 강력한 메타포로 기능해 왔다. 집단 내부에서 무조건적으로 배제해도 되는 외부인, 죄책감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 혹은 무분별한 물질주의에 잠식된 소비자나 이성적 판단을 상실한 군중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먹지 못할 때」가 제시하는 좀비에 대한 여러 단상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 번 오염된 존재가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과연 지나치게 낙관적인 믿음일까. 나와 다른 존재에게 희망을 걸고 다정함을 선택하는 일은 결국 배신으로 귀결될, 무의미한 시도에 불과한 것일까. 더 이상 공격할 외부의 단백질, 다시 말해 적대할 대상이 남아 있지 않을 때, 균질했던 집단을 붕괴시키며 서로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일까. 「우리가 먹지 못할 때」는 정통 좀비물의 문법에 충실한 호러적 장치를 구현하면서도 익숙한 클리셰들을 변주하며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장편인 루세온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장편을 읽지 않아도 단편만으로 충분한 완결성을 지닌다. 좀비 장르의 독자라면 거부하기 어려울 작품, 「우리가 먹지 못할 때」를 이번 주 추천작으로 소개한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