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존재하는 증거’로서 호출된 태양계의 증인. 그러나 그 증인은 오히려 그러한 관심과 호칭이 ‘태양계의 종족들이 실패한 종족들’이라는 조롱으로도 비칠 수 있다며 담담히 비난할 뿐이다. 그리하며, 자신의 종족에게 일어난 행운, 신의 온총, 혹은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청자가 이 세 번째 종족에게 일어난 일을 뭐라고 생각하든간, 그가 고심해서 고른 서두는 이와 같다: ‘여러분의 선의를 믿고’ 이야기하겠다. ‘저희는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에서 태어난 종족이다.’
과연 태양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한 가지 아주 간단한 스포일러만 허락한다면, 그 과정에서 누구도 단 한 점의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선의의 과정 가운데 무지와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 낸 비극이 있었되 또한 구원이 있었다. 「태양계의 증인」은 해외에서 오래도록 고전으로 읽혀온 정통 SF를 연상케 하는 서술 방식과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데, 그 와중에서도 2026년의 현실 세계를 향한 비평적 시선을 잃지 않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하게 빛이 난다. 흔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냉소한다. 하지만 미래로, 낙원으로 가는 길 역시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악의로 닦아진 길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결국 절멸과 슬픔뿐일 테니. 그리하여 태양계의 종족들이 당도한 미래는 과연 지옥일까, 낙원일까.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