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의 수많은 종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양계의 증인이 호출된다. 증인의 종족이 겪은 사건은 ‘우주의 경이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자, ‘신의 은총을 받은 것’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과연 태양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작품은 태양계가 겪은 사건을 ‘세 번 다시 없을 비극’이라 규정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이영도의 『피를 마시는 새』에 등장하는 말이다. “두 번째가 있을 때만 첫 번째가 만들어지는 거야. 두 번째는 그렇게 위험한 거지. 첫 번째와 세 번째를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이 문장을 마음에 둔 채로,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곱씹고 있노라면, 소설이 남기는 질문의 여운이 더욱 짙어진다. 태양계의 주민들은 과연 앞으로 닥쳐올 비극을 피할 수 있을까. 아니면 끝없는 순환 속에서, 같은 운명을 되풀이하게 될까.
지난 1월, 편집부 추천작에 오른 태양계의 증인은 놀라운 핍진성과 힘있는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단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고루 갖춘 작품이다. 더불어 한참 미래를 배경으로 하였으나, 지금, 현실의 문제를 천착해야 한다는 SF의 본질에 그 무엇보다 충실하다. 질문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답변을 제시하지만, 그 답변을 받은 독자들은 더 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이 작품을 읽지 않는 것이 인생의 손해가 될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하며 이번 달 베스트 추천작으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