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을 매듭

  • 장르: 호러, 로맨스
  • 평점×15 | 분량: 53매
  • 소개: 거룩한 심판을 내리소서. 부디. 더보기

2026년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 씌인 것’을 상대하는, 소위 퇴마 사제인 주인공은 여러 사람이 실종된 폐저택을 방문했다가 지하 창고에 갇힌다. 주인공을 가둔 ‘그것’의 정체가 흡혈귀임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드물게도 ‘너는’이라는 2인칭 시점을 차용하여, 작가는 독자를 장면의 일부인 듯 이야기에 끌어들인다. 거창한 퇴마 의식이나 흡혈귀를 때려잡는 액션 같은 건 존재하지 않지만, 의자에 묶인 채 흡혈귀와 대치하는 사제의 분노, 고통, 연민, 경멸이 뒤범벅된 감정 묘사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처음에는 음식을 주고 살려놓은 채 사제를 상대하지 않던 흡혈귀는 언제부터인가 그에게 고해를 하고 기도를 바치다 마치 대리고통을 체험시키듯 사제에게 물조차 허락하지 않게 된다. ‘통제할 수 없는 몸에 기생하며’ 살다가 피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해 동족이었던 이를 해치는’ 자신의 고통을 일부라도 느껴보라는 듯이.

사제라는 직분에 충실하여 다른 이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는 사제와, 신을 증오하고 사제를 가증스럽다 여기면서도 탐내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는 흡혈귀의 관계성이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끝에 이르면 이것이 사실 어떤 긴 이야기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강렬하고 어두운 매력이 가득한 잘 빠진 프롤로그를 맛본 기분이 든다. 작가는 이 작품의 장르를 호러와 로맨스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 단편만 읽고서는 작가의 코멘트처럼 로맨스 뒤에는 물음표가 붙지 않을 수 없다. 하여 작가에게 장르를 로맨스로 고른 책임을 지고 뒷이야기를 꼭 풀어내라 요청하지 않을 수 없겠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