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달린 뱀

2025년 1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그것을 먹는 날에는 결국 지혜를 알게 되리니

국립 그레이-알버 식물원 소속 세밀화 작가인 칼 마틴은 업무와는 무관하게 잠시 숨을 돌릴 겸 직원들의 식물 그림을 그려 보려 한다. 소식을 듣고 자기 화분을 들고 찾아온 연구소장은 칼이 티그리스강 유역에서 죽을 뻔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보답으로 받은 씨앗에 대하여 얘기를 한다. 검사해 보니 그것은 기원전에 존재했던 사과의 근연종 씨앗으로, 현재 칼의 이름을 따서 싹을 틔우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약 2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식물원에서 부활하려는 사과를 떠올릴수록 칼은 ‘선악과’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떨칠 수가 없다.

창세기의 선악과가 현대에 다시 나타난다면? 「다리 달린 뱀」은 해외 답사 중에 의문의 씨앗을 얻고 세밀화 화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식물원이란 공간에서 일하는 예술가의 시점에서 고찰하는 세밀화와 과학의 유사성이 자못 흥미롭다.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그려야 할 필요도 없지만, 세상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해 한없이 세상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 그 앞에 되살아나는 먼 과거의 신화가 등장하는 과정이 경이롭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