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난청으로 태어난 오빠와는 달리 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분기점에서 유전성 난청 돌연변이가 제거된 편집 배아에서 태어났다. 상용화된 무료 시술로 손목에 삽입한 ‘버코’라는 기구를 통해 철저히 계획된 임신을 주도할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어느덧 자연임신 자체가 종식된 시대를 향유하고 있다. 이처럼 오차 없는 임신과 유전자 편집 기술의 결합으로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신의 욕망이 깃든 ‘슈퍼 베이비’를 꿈꾼다. 큰 키, 고지능, 뛰어난 운동 신경 같은 엇비슷한 욕망뿐만 아니라 이성애자여야 한다든지 사춘기를 건너뛰거나 부정적 감정 자체를 느끼지 않는 아이 등 각종 편견과 차별적 시선을 투영하면서도 자신과 닮지 않은 완벽한 아이를 꿈꾸는 모순을 드러낸다. 이처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생명공학 회사에서 일하는 나는 고객들이 장차 태어날 자녀에게 원하는 유전형질 선호 목록을 확인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이런 기술적 조치 없이 자연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사피엔스 다 카포」는 ‘부모의 특성과 결함까지 그대로 물려받아 태어난 평범한 아이가 유전자 편집으로 월등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와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지며,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의 인류상을 핍진성 있게 담아내는 SF 소설이다. 기술의 대척점에서 처지가 엇갈려 버린 가족 간에 비롯되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탐색함은 물론, 주인공이 시대의 흐름에 걸맞지 않게 자연임신을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현실적인 고민을 진단해 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훌륭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바흐의 음악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작중에서 언급되는 ‘아리아 다 카포’라는 음악 형식과도 닮아 있는데, 이는 A-B-A 구성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완성되는 아리아를 뜻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다 카포’의 뜻에 걸맞게 바흐의 음악에 빗대어 완성되는 수미상관의 구조를 확인하게 되면 「사피엔스 다 카포」라는 제목 역시 얼마나 탁월한 선택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