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엄마의 프린트

  • 장르: SF, 추리/스릴러 | 태그: #인공지능 #가족사
  • 평점×44 | 분량: 153매
  • 소개: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인격 프린트만 남았다. 엄마의 프린트는 이따금 알지 못할 말들을 한다. 이를테면, 자살한 줄 알았던 삼촌이 실은 살해당했다든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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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되살려낸 고인의 목소리, 우리는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AI 테마파크’라고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일반적으로는 AI 콘텐츠 체험관이나 뭐 로봇 전시 같은 것이 떠오르지 않을까? 얼마 전 놀라운 기사를 보았는데, 국내 최초 AI 테마파크가 ‘추모 공원’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국내 최초’ 타이틀을 일단 선점하고 본 기업의 센스에 박수를.) 토지 개발 회사와 로봇 기업, 사이버 보안 회사의 합작인 이 AI 테마파크(a.k.a. 미래형 공동묘지)의 핵심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봉안 시스템’과 유족이 고인과 시공간을 초월해 만날 수 있는 ‘가상 인공지능 인터랙션 환경’ 제공에 있다. 아무튼 AI 테마파크의 개념은 이렇다. 설명에 따르면 유골함은 지하에 안치된다. 유족들의 방문 요청이 있으면 시간에 맞춰 로봇이 유골함을 옮긴다. 유족들은 AI 기술이 적용된 추모 공간에서 고인을 기리게 된다.

AI가 세상을 떠난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말투까지 되살리는 시대가 이토록 성큼 다가왔다. 이미 생전의 사진과 음성, 대화 기록을 학습해 고인과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한 스타트업 회사가 60만원에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한 5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주고 있는데,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4~50대로 부모를 잃은 자녀들이 마지막 인사를 다시 듣고 싶다는 주 수요층인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기술이 과연 ‘애도를 돕는 기술’인지 ‘죽음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누군가는 마지막 인사를 전할 기회를 얻었다며 위로를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AI가 만들어낸 한마디가 남은 사람의 삶을 뒤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은 사람의 말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목소리가 감춰진 진실을 꺼내놓는다면? 이 질문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엄마와 엄마의 프린트」다. AI로 고인의 인격을 복원해 대화를 나누는 ‘프린트’ 사업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나’는 어머니의 장례를 마친 뒤 생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격 프린트’를 전달받는다. 처음에는 엄마를 흉내 내는 프로그램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프린트는 주인공조차 몰랐던 가족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꺼내놓으며 점점 실제 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존재처럼 다가온다. 그러던 어느 날, 자살로 알려졌던 삼촌이 사실은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작품은 순식간에 가족 드라마에서 미스터리 스릴러로 변모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다. AI라는 사실에 섬뜩함을 느끼다가도, 너무나 어머니다운 말과 태도에 위안을 얻고, 어느새 살아 있는 엄마와 대화하듯 프린트를 찾게 되는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AI가 들려주는 기억은 어디까지가 데이터이고 어디부터가 진실일까.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정적으로 던져지는 그 한마디를 ‘나’는 믿을 수 있을까?

2026년 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AI 스피커로 남아도 엄마의 날카로운 혀는 영원하리

「엄마와 엄마의 프린트」는 AI로 고인이 된 가족의 인격을 되살려 대화를 나누는 ‘프린트’ 사업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더불어 곧 정말로 가능할 법한) 이야기다. ‘나’는 어머니의 장례식 후, 생전 어머니가 남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프로그램인 ‘인격 프린트’를 건네받는다. 주인공은 엄마와 대화하듯 프린트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하고, 자신이 알던 어머니의 일화와 다른 기억이 존재하는 듯한 프린트와의 대화를 오류라고 여겼는데 정작 그 대화에 근거가 있음이 밝혀져서 놀라기도 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프린트는 자살로 알려졌던 삼촌이 ‘사실은 살해당했다’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발언을 남기는데.

주인공이 프린트를 섬뜩해하기도 하고, 너무나 어머니 같은 발언에 안도하기도 하고, 종종 AI임을 상기하며 어색해하다 차츰 프린트와의 대화에 익숙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몹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작품은 고인을 추억하며 눈물 속에 떠나보내는 가족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타살 의혹 제기’라는 자극적인 양념과 함께 스릴러의 물살을 탄다.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너무 당당한 프린트의 발언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 있을까? 결말까지 읽고 나면, 어머니가 지극히 어머니다운 방식으로 자식들과의 이별을 준비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딸 폰 사용기록을 봤는데, 글쎄 4시간이 넘게 챗GPT를 쓴 거 있지. 뭐를 했나 내용을 봤더니 외모 상담이랑 친구 관계 이야기 같은 걸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더라고. 기가 막혀서 애한테 챗GPT랑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더냐고 했더니 챗GPT가 엄마보다 훨씬 더 잘 공감해 준대.” 초등학생 딸을 둔 지인에게 몇 달 전 실제로 들은 이야기다. 사람보다 더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딱 상황에 필요한 교과서적인 말을 들려줄 수 있는 AI는 실제로 독거노인 등 취약 가정을 돌보거나 자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상담용 프로그램으로 이미 실전에서 활용 중이다. 작중에도, 엄마의 프린트는 ‘엄마보다 따뜻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 대화가 편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부분은 사람과 달리 감정노동이 전혀 없는 AI의 특장점이 아닐까. 감정이 없는 존재에게서 공감을 기대하는 몹시 아이러니한 현실이 조금 재미있다.

※ 본작은 제8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