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랑이 사라진다. 그리고 완전한 개인주의를 통한 세계의 해체와 순수한 이성만을 바탕으로 한 인류 공동체의 수립이라는 기치를 내건 단체 ‘아파테이아’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폭탄 테러를 시작으로 사랑의 흔적이라 불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해 나간다. 하필 로맨스 출판부에 다니던 서림의 회사까지 이들의 타깃이 되자, 서림은 일순간에 백수가 되어버린다. 아르바이트라도 하자는 마음에 사랑에 관한 임상시험 지원자가 되는데.
「평범한데 정체불명」은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작품이다.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도입부로를 지나면, 문득 한참 남은 뒷부분을 어떻게 풀어가려 하는 건가 하는 걱정부터 든다. 다행히도, 이야기는 어느 순간 급행열차를 탄 로드무비처럼 정신없이 달려가다, 저자가 의도하던 목적지에 제법 안정적으로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