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병(퇴고)

2024년 10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영국에 고독부 장관이 생긴 이유

어느 날부터 신체 일부가 반투명해지다가 끝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진다. 그림자 병이라 부르는 이 신종 증세는 발병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치료 방법도 마땅치 않았는데 대체로 대인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의 예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에게 ‘외롭지 말라’는 주문을 내릴 수 있을 뿐이다. 서서히 그림자 병의 신체화 증상이 발현되고 있음을 느끼던 나는 애인 하영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수동공격적인 태도로 자신을 방어하는 하영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그녀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린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외로움에 대한 심각성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해서, 신이 그것을 눈에 보이는 상처로 가시화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화자의 회고처럼, 201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신설된 고독부(Ministry of Loneliness)에 이어 일본에서도 고독 문제 담당 장관직을 신설하는 등 사회적 고립과 고독 문제는 다분히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지금 이 계절처럼 쓸쓸한 여운을 깊이 남기는 「그림자 병」은 존재의 기저가 되는 신체가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증상을 통해 관계 단절과 사회적 고립의 문제를 고찰하는 작품이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