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오년에 일어난 핵전쟁 이후로 폐허가 되어 버린 한국, 이 시대에서 ‘심 봤다’는 말이 산삼을 캐었다는 것을 의미할 리가 없다. 거의 온전한 형태의 ‘로봇’을 발견한 것이다. 부품을 나눠서 팔든, 통으로 팔든, 읍성 안에 넘기면 높은 가격을 쳐서 받을 만한 물건. 심 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동을 시켜 본 로봇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아니, 도저히 팔 수 없을 정도로 최악에 가깝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 이후의 잔혹한 세계. 정체와 진실을 숨기고, 욕구는 단순한 생존으로 한없이 좁혀지는 세상에서 「다시 꿈꾸지 않아도 돼」는 타인의 마음을 보듬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소설이다. 소설은 상처가 된다면 ‘다시 꿈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따스한 위로이자 상처받은 이가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할 수도 있다는 양보의 서사를 이룬다. ‘심 봤다’는 마음을 봤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니,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더 이상의 상처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은 정말로 심을 본 것이 맞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