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윤은 인명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건설 현장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하고 있다. 작업자의 관리 부실이나 소홀함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종윤은 반장으로서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유가족에게 입막음용 합의를 종용하는 일을 도맡아 해 오곤 했다. 그리고 유난히 을씨년스러운 날이라고 생각했던 어느 날, 현장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모든 사고에는 전조가 있기에 예상치 못했다는 말은 도무지 무용하게 느껴질 뿐, 사고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 종윤은 낯선 공간에서 불현듯 잠에서 깨어난다. 자신이 목격한 사고가 꿈인지 아닌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데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방향 감각마저 잃고 정처 없이 떠돌던 종윤은 비상식적인 공감각적 심상에 휩싸이며 더없는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우리 안에서」는 작중에서 건설업으로 표상된 거대한 시스템 내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조명한 공포 소설이다. 특히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세부 장르의 규칙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미묘하게 뒤틀리고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불안이 화자의 내면과 충돌해 극대화되고,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과거의 사건이 교차하면서 환상과 공포가 뒤섞인다. 기분 나쁜 소리들, 문, 기괴한 구조물의 형상들…… 모든 것이 기이하게 뒤틀린 공간 속에서도 스스로를 유폐하려 했던 주인공의 선택은 방치된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회피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개인의 분투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미키17」과 원작 소설 『미키7』의 본질적 메시지가 대체품처럼 소모되는 인간의 존엄성을 고찰한다는 점에서 본 작품과도 맞닿은 감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