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작가

2025년 3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응. 예뻤어. 우리 엄마 아닌 것 같아.”

엄마는 폭식증에 걸려 있다. 사람들이 길에서 보고 대놓고 비웃을 정도로 뚱뚱한 몸, 보기 역겹게, 건강에 위험할 정도로 먹어치우는 모습, 언제나 풍기는 음식 냄새, 그리고 주인공의 분노와 우울을 억울하고 선하게 받아치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억울한 태도…… 아무리 딸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엄마를 사랑하기는 버겁다. 심지어 사춘기라면. 엄마를 보면 이유 모를 분노와 혐오에 속을 끓이던 ‘나’는, 자신이 사온 오렌지에 손을 댄 엄마와 그만 싸우고 만다. 짜증을 못 이겨 오렌지를 으스러뜨리는 순간, 그래, 시간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의 앞에 등장한 것은 어린 시절의, 나를 임신했던 시절의 엄마다.

할머니가 왜 등장하는지를 비롯하여, 언제, 어디서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재하는 등 장면 하나하나마다 이음새가 매끄럽지는 않고, 때문에 이야기의 혼선이 빚어지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주황색 오렌지빛 과육이 과즙과 함께 터지는 강렬한 이미지와 보편적인 정서에 충분히 호소할 수 있는 스토리가 주는 감동이 그 부분을 보완해 전체적으로 큰 산이나 협곡이 없는 평탄한 구조가 이어진다. 한 번이라도 ‘내가 없어서라도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품어본 적이 있는 자식이라면 마음 깊이 품을 수 있는 소설, 「오렌지」를 이번 주 추첝가으로 올린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