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낙동강 자연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유지원 박사는 어디서나 없는 존재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식당에 들어가거나 같은 사무실에서 있더라도 타인에게 느껴지는 그녀의 존재감은 흔한 사물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 강 하류에서 때 아닌 녹조현상과 더불어 다량의 어사체가 떠오르는 의문의 사태가 벌어지고 경찰의 협조 요청으로 현장에 출동한 지원은 이 일이 결코 자연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님을 확신한다. 그리고 퇴근 후, 지원은 자신의 존재를 까먹지 않은 유일한 존재인 동료 연구원 김정원 박사에게 강에 다시 한 번 가 보자며 동행을 요청한다. 그렇게 야밤에 도착한 강 근처에서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고, 지원은 이 인위적 재해에 대한 어떤 가설 하나를 제시한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 손만 대면 망하는 사람, 재수가 없는 사람, 감이 좋은 사람 등등…… 현재까지 총 세 번째 에피소드까지 공개된 「설정값을 입력하세요」는 사람에게 특정 설정값이 세팅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콘셉트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연작 단편 시리즈다. 아직 자세한 내막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런 존재들을 관리하는 배후의 조직도 살짝 암시된다. 2편에는 인생을 소소하게 조지는 정도만큼의 불운이 이어져 온 같은 연구소의 이진욱 박사가, 3편에는 연구소 직원들의 수상한 행적을 남몰래 뒤쫓으며 의심하는 동료 장미연 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점차 확대시켜 나간다. 주인공으로는 온통 과학 연구원들이 등장하면서도 비과학의 경계를 산뜻하게 넘나드는 흐름도 재밌지만, 어떤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벌인 일들이 나비효과처럼 다른 차원의 일이 되어 되돌아오고 그 과정에는 애꿎은 피해자들이 생긴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한다.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존재들과 사건의 미스터리가 교차되며 호기심을 더하는 다음 이야기가 더 고대된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