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살당한 마을에 도착한 레인저, 미렉은 뒤늦게 고향으로 돌아온 탈영병, 미샤를 만난다. 그 둘은 아홉 개의 무덤을 만들고 이 일을 저지른 존재를 뒤쫓기로 한다. 미렉은 그가 뒤쫓는 것이 마물이라고 의심치 않지만, 미샤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다. 마침내 찾아낸 마물의 발자국, 그러나 그것이 이 마을을 몰살한 존재일지, 아니면 제 3의 존재일지 알 수 없는 순간에서 미렉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을에는 열 개의 무덤이 생겨난다.
건조하고 덤덤한 문체로 비극을 느리게 관조하는 이 작품을 따라가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체한 듯이 묵직해진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에 무참하게 휘말린 이들을 보고 있자니 ‘사는 게 왜 이러냐!’ 하고 비명을 지르고 싶어지기도 한다. 12월 베스트에 오르기도 했던 「장벽 너머의 베로니카」와 세계관을 같이 하는 작품으로, 전세계에 역병처럼 도는 ‘수정’의 정체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과거 판타지 명작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 감히 이 세계관으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간 장편이 기대된다고 말하고 싶다.
*본작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