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죽은 마을에 도착한 탈영병과 레인저. 두 사람은 마을을 몰살시킨 마물을 찾아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고, 숲속은 거대한 비탄과 비밀을 품은 채로 손님을 맞이하는데…….
「순찰꾼과 기사와 골렘의 묘지기」는 부쩍 보기 드물어진 정통 판타지 세계관의 단편으로, 먼치킨이 난무하는 ‘요즘 판타지’에 질린 독자라면 가뭄의 단비처럼 맞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복수극은 모든 것이 과연 누구의 잘못이며, 단죄는 과연 누구의 몫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여운처럼 남긴다. 덤덤한 문체로 처절한 비극을 관조하는 듯한 문체는 씁쓰름함을 더한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가의 다른 단편도 있으니, 마음에 들었다면 짧은 ‘정주행’을 해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