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미지의 세계
추리/스릴러, 로맨스
“나 납치한 사람 못 봤어?”
미지는 아인에 의해 납치된 채 깨어난다. 아인은 과거 미지의 연인이었으나, 미지가 이별을 통고한 후 그녀에 대한 집착 때문에 결국 접근 금지명령까지 받은 스토커였다. 미지의 새로운 연인인 시온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시온을 몰래 뒤쫓다가, 그가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직감한다. 미지를 시온으로부터 구해야겠다고 다짜고짜 납치하게 되는데…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미지의 세계」는 각기 세 인물의 시선에서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납치된 미지와 스토커인 아인, 그리고 미묘한 행적의 현재 연인인 시온 순서로 진행되면서 이야기의 내막이 드러난다. 인물의 시점에 따라 이야기의 중심이 달라지는 점과 단편만이 가진 짧지만 꽉찬 구성을 잘 구현한 작품이다.
Entangled moon
SF
무수한 세월과 세대와 거리를 뛰어넘어 얽히게 되는 것
대학원생인 ‘나’는 소행성이 곧 충돌할 것이라는 계산을 해낸다. 이 사실을 세상에 공개할지 말지 고민하던 무렵, 언니가 다시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한때 천재였던 언니는 어느 순간 이상해져 버려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낯선 외계 행성에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대체 어떤 원리로, 어떤 이유로 나는 외계 행성에 간 것일까. 그리고 언니가 미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어떤 인연이 이들 사이에 얽혀 있는 것일까?
「Entangled Moon」은 양자 얽힘을 소재로 한 SF로, 시험관 시술, 인간 복제, AI 등의 과학적 소재가 한데 어우러진다. 하지만 머리 아픈 소설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금물. 서로가 미우면서도 애뜻한 자매애가 그 모든 것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너무나도 미워 죽겠는,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도 소중한 엄마 아들, 엄마 딸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세 가지 문제
SF
웬수 같은 언니가 사라졌다.
워프를 가능하게 하는 신비한 생물 토르카, 그리고 그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존재인 감응관. 우수한 감응관이던 언니가 사라지고, 오직 언니의 토르카인 메리만이 돌아온다. 혜성은 언니가 하는 일을 대체하는 한편으로 실종된 언니를 찾아야 한다는 임무를 맡게 된다.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이 노래는 싫다, 저 노래는 싫다 투정을 부리는 토르카, 하루 빨리 언니를 찾아내라는 억압적인 상부의 조합 속에서 혜성은 하루하루 분통이 터질 것만 같다.
성격도 뭣도 하나도 안 맞는 상대랑 억지로 라포를 쌓아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심지어 그것을 상사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혜성은 자신의 꿈을 짓밟은 언니인 유성도 싫고, 그녀의 토르카인 메리도 싫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어떻게 메리와 라포를 쌓고, 언니를 찾아내게 될까. 과연 그녀는 언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세 가지 문제」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길!
칼과 나
호러
미쳐 있는 것은 누구인가?
어린 딸을 잃은 후 고통을 겪던 주부는 남편과 의사에게서 머리를 비우는 습관을 들이라는 얘기를 듣곤 하지만, 최근 어떤 물건에 대한 집착적인 생각이 도무지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그것은 마트에서, 주방에서, 베개 밑에서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마는 ‘칼’이었다. 「칼과 나」는 자식을 잃은 비극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부부 사이의 위태로운 관계와 서로 간의 의심을 다룬다. 화자의 일상에서 시시때때로 돌출하는 칼이라는 물건이 마치 신발 속에 들어온 돌처럼 계속 신경을 자극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스치듯 급되는 셜리 잭슨의 작품처럼 서서히 조여 오는 듯한 긴장감과 서늘한 충격이 인상적인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