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섭식장애
호러
평범한 가정의 풍경에 번지는 불온한 질식감의 근원은?
‘나’는 밋밋한 벽 한 면을 장식하기 위해 들인 수조 앞에 멍하니 앉아 구경을 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신경 쓰인다. 그리고 물고기가 한 마리씩 줄어간다는 딸의 말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묘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여러 물고기가 섞여 있는 수조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은 결과가 아닐까 결론을 내린 부부. 그들이 비정한 동물의 세계에 대하여 딸에게 제대로 전달하기를 머뭇거리는 사이, 아이는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을 기피하기 시작하는데. 익숙한 주제이긴 하지만, 「섭식장애」는 가까운 가족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을 때의 두려움을 한껏 상기시키는 단편이다. 경제적 문제나 폭력 같은 큰 문젯거리를 품고 있지 않은, 일과 양육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지극히 일상적으로 묘사되는데도 스멀스멀 고조되는 긴장감이 대단하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작가
wydunit
사람은 죽어서 별을 남기고
SF
살아 내는 삶에서 시작되는 혁명
종말 이후 20세기로 회귀한 문명. 인류는 장벽을 세우고 지역마다 ‘셸터’라는 공동체를 형성하여 평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셸터 신 서울에 살아가던 평범한 사회 초년생 ‘정연’은 은행에 가던 길에 지하 혁명군에게 납치된다. 자신이 메시아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정연은, 정부가 성인식 절차를 이용해 불가항력적 동의를 얻어 모든 시민의 수명을 관장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사람은 죽어서 별을 남기고」는 얼떨결에 혁명의 상징이 된 정연이 끝까지 살아남아 정부가 만들어 낸 완벽한 세계라는 허상을 부수고 혁명 그 자체가 되는 포스트아포칼립스다. 정연은 세계의 진실을 안 이후에도, 지하 혁명군이 피습된 이후에도, 친구를 먼저 떠나보낸 이후에도, 내적 힘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을 묵묵히 살아가며 다음 세대가 혁명을 이어가는 초석이 된다. 결연한 의지나 비장함이 없으면 어떤가. 자유와 변화는 꿋꿋이 살아 내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작가
Corazon
면도
SF, 로맨스
네가 깨어나는 그 순간에 내가 그곳에 있기를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은 채 병실에 누워 있는 ‘너’의 턱에 파릇하니 자라난 턱수염을 면도해 주며 ‘나’는 너와 나의 관계를 떠올린다. 매일 보았지만 사실은 서로를 깊이 알지는 못했던, 너를 알긴 알지만 진정 안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직장 동료라는 사이.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날, 네가 남긴 강렬한 고백은 차마 너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작품은 혈연관계에 더 이상 무게를 두지 않는 시대, 법적인 가족이 없는 독립된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인디’라는 계층이 존재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너는 바로 그 ‘인디’이고, 인디에게 적용되는 복지 정책에 따라 1년 이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너의 신체는 폐기되고 의식만이 클라우드에 업로드된다. 나는 그 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매주 너의 병실을 찾는다. 특정 기억을 지우는 시술이 존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했던 작가의 다른 작품 「시금치 소테」처럼 이 작품 역시 ‘상실’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상실 이후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려낸 「시금치 소테」와는 다르게 「면도」의 상실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끝에서 아직 꺾이지 않는 희망이 느껴진다는 점은 동일하다. 뺨에 남은 작은 상처에서 상대가 느꼈을 아픔이 자신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다정한 사람인 주인공에게 부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작가
연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