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보이지 않는
호러
“그년 참 독하네.”
재열은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후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받는다. 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어머니는, 평소 자신이 잘 아는 무당을 알려주며 찾아가 보라고 권한다. 평소라면 또 미신 얘기라고 무시했을 재열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당에게 얼굴이 흐릿한 어떤 여자의 원한이 깃들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지난 편집장의 시선에 소개된 연당 작가의 <보이지 않는>은 284매에 이르는 꽤 긴 분량과 촘촘한 글 때문에 화면으로 보기엔 가독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저자가 앞서 올린 두 작품이 모두 추천작에 올랐을 만큼 나름 탄탄한 글쓰기를 선보인다. 한 남자가 과거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더딘 듯 끈기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시간이동윤리학에 대한 소고
SF
지적 쾌감을 추구하는 독자라면.
「시간이동윤리학에 대한 소고」는 ‘시간이동’이라는 주제를 두고서 도출될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을 가지런히, 논리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배열한 작품이다. 서간체의 질의응답식으로 펼쳐지는 작품은, 시간여행의 네 가지 모델을 제시하며 논의를 시작해 점차 개별적 욕망과 공공의 윤리라는 복잡한 지층으로 파고든다. 작품 속 문답은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을 쟁취하는 행위는 변형된 형태의 스토킹인가?’, ‘시간의 정보 격차를 이용한 경제적 투기는 비윤리적인가?’와 같은 도덕적 딜레마를 거쳐, ‘자신의 이득이 아닌 공익을 위해 재난을 방지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사회철학적 층위으로까지 확장하며 그 안에 숨겨진, 소설다운 아릿한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게다가 작품은 형이상학적 층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SF적 소재가 현실 세계에 던지는 실천적 함의를 과감하게 고찰한다. 현재의 행동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니,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시간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작중의 전언이 깊게 여운을 남긴다. 문면을 넘어 현실에까지 와닿을 수 있는, SF적 질문, 철학적 사유를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일독하고 싶을 텍스트다.
얼굴훔치기
SF, 추리/스릴러
원하는 줄도 몰랐던 완벽한 허상이 손안에 펼쳐질 때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데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단편 「얼굴훔치기」의 주인공은 온라인의 최신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르고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더하여 확립한 남다른 취향을 개인 SNS에 올리는 데서 나름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나 자신의 취향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하여 올리는 사람이 있고, 인공지능 기술이 이러한 욕망을 실현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면 어떨까?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을 한 번쯤 받았을 현대인이라면, 조만간 등장할 수도 있을 법한 서비스의 묘사에 섬뜩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