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은 잊어버려도

  • 장르: 일반
  • 평점×20 | 분량: 89매
  • 소개: 질병이 왔다. 언제,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질병이 모든 글자를 빼앗았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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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소설을 써볼까 해.”

어느 날, 책에 쓰인 글자가 모두 사라지는 질병이 돈다. 주인공인 승현은 그렇게 사라진 책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과학, 의학 등이 우선시되어 복원되며, 문학의 우선순위는 가장 아래다. 그리고 승현은, 한 때 소설가가 꿈이었다.

최근 포브스 선정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전공 10가지’가 사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기준은 실업률과 중위소득. 취직이 어렵고, 취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연봉이 짠 전공들이다. 문학, 사진, 음악, 미술 등 예체능 전공과 인류학,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들이 당연하게도(?) 그리고 당당히도(?) 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학문들을 천대하며 돈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가 어떻게 치닫는지를 증명하는 2022년, 「책들은 잊어버려도」는 모든 문학이 지워지는 시대에서도 새로운 소설이 태어날 것임을 이야기하는 희망적이고 잔잔한, 아포칼립스다.

2022년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언제,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질병이 모든 글자를 빼앗았다.

그랬다. 역병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책을 대상으로 했을 뿐. 책들의 무수한 글자가 분리되고 분해되어 날아가는 이 사회에서, 승현은 그 책들을 복원하는 ‘사서’로서 일한다. 정확히는 전국에서 책을 복원해달라는 요청을 보내면, 도서관에 남아 있는 원본과 대조하여 책을 입력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물론 모든 책들을 똑같이 복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하고 시급한’ 병리학과 물리학은 우선으로, 그렇지 않은 문학으로 뒷전으로 밀리는 시대다. 승현은 이러한 작업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부서의 최 부장은 복원 작업에 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승현은 형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팬데믹 사태가 시작되면서 전염병과 관련된 소설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병을 소재로 다루었을 뿐이다. 「책을 잊어버려도」는 물건을 대상으로 역병이 돌았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문학적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역병을 주제로 벌어지는 큰 사건이나 분명한 기승전결은 없지만 뛰어난 상상력으로 가상의 SF적 사회를 만들어 내고, 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핍진성 있게 적었다는 강점이 더 크게 도드라진다. 사변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작가의 문체가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독특한 상상력과 매혹적인 문장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독자라면 하루빨리 읽으시길. 언제 이 소설이 역병에 걸릴지, 그래서 이곳이 적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소멸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므로.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