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싸움이었다. 행성 ‘벨테쿠시’와 처음 조우하게 된 지구인들은 즉각 전쟁을 벌인다. 그러다가 마침내 찾아온 종전의 가능성. 하나의 끔찍한 오해가 비극을 낳지만 오히려 그것은 평화를 불러오게 된다. 당시 참전한 용사가 들려주는 식으로 전개되는 「장군의 깃발」은 독특하면서도 자세한 설정과 계속 전개되는 사건으로 흥미를 잃지 않으며 독자들을 결말까지 인도한다. 게다가 가볍지만 예측하기 힘든 반전까지 기다리고 있다.
장군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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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가진 지성 종족이 만만해 보이는 상대를 처음 만나 할 일이 무엇이었겠나?’
2022년 3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소통하고 있다는 환상이 만들어 낸, 끔찍한 비극
벨테쿠시와 지구는 아주 공고한 동맹이다. 특히나 서리서슬 여단은 ‘지구인과 벨테쿠시인을 잇는 화합과 유대의 상징’이라고 불릴 정도다. 하지만 처음, 벨테쿠시와 지구가 접촉할 당시만 하더라도 화합과 유대 대신 싸움만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졌다. 이수연 장군과 카녹-비히르 대공은 둘 모두 대단한 책략가로, 결국 싸움은 승패를 가릴 수 없는 봉착 상태를 맞이하고 만다. 이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카녹-비히르 대공은 이수연 장군을 식사 자리에 초대하고, 두 지휘관은 양측 종족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바로 ‘백기’의 의미. 서로 발달해 온 역사와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흰 깃발을 항복의 의미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반가운 이들은 순식간에 휴전에 합의한다. 바야흐로 벨테쿠시와 지구 사이의 돈독한 동맹의 시작은 이렇게 쓰인 것이다. 그러나 숨겨진 역사가 있었으니…….
‘번역은 반역이다.’ 완벽한 번역은 없다는 뜻이며, 종종 원 문장을 상회하는 번역이 있는가 하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Tomorrow is another day.”의 의역이다.) 반대로 원 문장의 뜻을 심히 훼손시키거나 아예 뜻을 바꾸어 버리는 오역도 있다. 때로는 문장의 뜻을 문자 그대로 옮기더라도, 문화의 맥락을 옮기는 데에 실패해 원문의 뜻을 저해하기도 한다. 같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 온, 같은 종인 인간들 사이에서조차 이러한데 완전히 다른 행성에서 발달한, 다른 종과는 과연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그 소통이란 과연 오해의 여지가 없이 완전할 수 있을까? 혹시 그 과정에서 비극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탄탄하고 충실한 SF 소설, ‘장군의 깃발’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모범 답변이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