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목의 여왕과 검은 관.

  • 장르: 판타지 | 태그: #브로파인 #브로파인의모험
  • 분량: 25회, 220매
  • 소개: 왕을 섬기지 않는 베텐 가 자제 파비엥이 계모인 사만다가 생모 파엔나의 물건들을 모두 불태우려하자 유품 목걸이만을 빼앗기지 않으려 버려진 성당 로텐으로 도망을 가 숨겨두었으나. 파... 더보기

(구)-손님 2화

21년 12월

“짓궂은 전령이 자네에게 뭐라고 하던가? 그는 늘 의심이 많아서 말이네. 타르겐이 자네를 언짢게 했다면 사과하겠네.”

로텐의 기사단장 리비킨이 책장에 꽂힌 책들에 정신이 팔린 파일을 보았다.

“자네의 제자가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네. 그녀는 무슨 책을 좋아하나?”

“그녀는 레빈도르의 붉은 목의 여왕과 침묵하는 사막을 좋아합니다.”

“레빈도르, 붉은 사막을 다녀와서 여행 동안에 겪은 이야기를 집필한 자이지. 본론으로 가서 자네가 가져온 소식이 무엇인가, 남쪽에서 온 대성당의 기사여. 만약에 남부 대성당 홀텐에 위기가 닥쳐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라면 확답을 줄 수가 없다네. 북대성당 로텐이 위치한 영토의 주인인 로테헨달 국왕 페드락과 사이가 나빠져서 북부의 야인들을 홀로 상대해야 되어 누굴 도울 여력이 없네. 북대성당 로텐은 남대성당 홀텐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네.

자네 여기 북대성당 로텐을 짓기로 결정하고, 모든 지원을 해준 게 어디였는지 아나? 로텐 보다 훨씬 먼저 지어진 남부의 대성당 홀텐이었네. 로텐이 주도권이 없어지면, 북부에 새로 세운 또 하나의 남부 홀텐 소유 대성당에 불과하니. 홀텐에서 북부에 도움만 주고, 간섭은 안 했네. 말을 해도 조언에 그쳤지.

로텐 대성당 우리가 위기를 맞으면 구제를 해줬네. 그에 반해 북부는 힘을 보태주는 게 다였네.”

리비킨이 말했다.

“전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기사단장. 우린 북대성당 지하에 있는 관을 하나 보러 온 것입니다.”

비에르탄의 말에 리비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관을 말하는 건가? 그 위험한 걸 로텐에서 감당하기가 어려울 거라 판단한거군. 들은 소식 중에 다행이네. 남대성당 홀텐이 건재하다는 뜻이겠지.”

리비킨은 이어 말했다.

“자네 그 검은 관에 뭐가 들었는지 아는가? 피를 마시고 사는 뱀파이어가 잠들어있네. 뱀파이어의 이름은 두플리 엘리스라 하네. 우릴 위협하는 북부의 적들 때문에 남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두플리 엘리스의 정체를 몰랐네. 단순하게 뱀파이어라고만 알았네. 검은 관을 이곳 로텐으로 가져오기 전까지.

우린 남부의 한 대성당 수사가 남북 대성당 모두에게 도움을 청해서 고대 지하묘지에서 수상한 의식을 벌이는 자들을 습격했네. 그들은 비밀리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자신들의 신께 기도를 올렸었네. 그들은 제물이 더 필요해서 영역을 넓히다가 지하묘지에서 빠져나온 사람으로부터 자신들의 소문이 퍼져나가 들켰다네. 그들을 고발한 수사의 귀에까지 들어가서 그가 조사를 한 뒤에 우릴 부른 거네. 수사가 남북 대성당 둘을 불러야 했을 정도로 지하묘지에 숨은 검은 교단 규모가 컸다네.

수사가 이들이 검은 교단이라 불리는 세력이며, 그들이 기거하는 곳이 고대 지하무덤 토리스라는 걸 알려주었네. 식당에서 자네가 본 렌아델, 반코프… 이들과 난 남대성당 홀텐 군대와 합류해서 토리스에 숨은 검은 교단원들을 물리쳤네. 검은 교단과 싸움 후에 우린 관을 하나 발견했네. 오늘 자네를 안내해줬던 라카멜이 찾아내지 않았더라면, 그곳에 관을 두고 왔었을 거네.

우린 안전한 곳으로 가서 전투에서 살아남은 검은 교단 포로에게 관의 정체에 물었네. 교단에 발을 들인지 얼마 안 된 자가 검은 관 안에 뱀파이어가 하나 잠들어 있다더군. 그자 말로는 검은 교단에서 그녀를 다루려고 많은 이들의 피를 쏟아 부었다네.

두플리 엘리스. 두플리 가의 여인이며, 가문을 파멸로 몰아넣은 자이네. 검은 교단이 시키는 대로 왕의 보물과 한 신단 공물을 훔치고, 공주를 납치하는 일을 벌였네. 엘리스는 도시 우물에 자신의 피를 풀었고, 물을 마신 사람들이 불을 지르며 난동을 피웠네. 그곳 도시 시장이 수완이 좋아서 난동을 해결은 했다네. 시장이 어느 노인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네.

그게 다가 아니네. 엘리스가 물건 훔치는 걸로만 끝내었으면 그만이었겠지. 검은 교단이 그녀를 통해 저지른 일 때문에 많은 이가 죽었네. 그녀가 무슨 일들을 벌였는지 모두 말하면 길어지니,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네. 제어가 안 되어 엘리스를 밑에 둔 검은 교단이 검은 관에 가둬놓았다니, 그녀를 관에서 꺼내야 할 정도로 거창한 걸 벌이려 했었던 거네.

수사가 아니었음, 깨어난 엘리스로 인해서 큰 소동이 벌어졌을 거네. 로텐과 홀텐 두 대성당만으로 감당하지 못 했을 테지.

고대 지하묘지 토리스에서 검은 교단과 전투를 치루기 전에, 남대성당 홀텐에서 관을 가져갈 계획이었네. 이들을 물리치고 나서, 보관된 문서들을 얻었는데. 남부에 이들이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었네.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들어 검은 교단이 모습을 드러낼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네. 홀텐으로 가져간다는 건, 남부에 숨어 있는 검은 교단에게 돌려주는 꼴이었네.

그래서 북대성당 로텐이 가져가서 가지고 있기로 한거지. 관을 지키려고 온갖 고생을 했네. 예전이라면 로테헨달 왕국 선대 여왕인 페드릴이 북대성당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구해주러 왔을 텐데, 페드릴의 아들인 페드락 왕은 우릴 돕기는커녕 경계하네. 페드락 왕이 북부에 사는 대성당 사람들을 로테헨달 왕국에서 내쫓지 않는 걸로 만족해야 할 지경이네. 헨달 왕은 우리가 두플리 엘리스가 잠든 관을 가지고 있는 걸아는 것 같았네. 누군가 그에게 관에 대한 사실과 우리가 엘리스를 조종해서 무슨 일을 벌이려 든다고 모함을 한 것이지. 자네가 왔으니, 그 많은 고민거리 중 하나를 덜 수 있겠네. 얘기가 길어졌군.

홀텐의 기사여, 검은 관을 언제 가져갈 계획인가? 자네는 확인만 하고 다른 이들이 옮기러 오는 건가?”

“결정된 건 없습니다. 아직은.”

비에르탄이 답했다.

“자네와 일행원은 아무런 소식 하나 없이 불가사리 길로 찾아왔지. 그건 이해할 수 있네, 편지 담당 전령에 물건 배달하는 배달부가 새하얀 숲에서 잇따라 사라졌네. 홀텐에서 보낸 서신이 전달하는 사람과 함께 숲에서 사라진 게지. 북대성당 로텐의 순찰자들 말에 따르면, 새하얀 숲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더군. 한눈판 새에 새하얀 숲의 나무가 인근에서 자라난다는군. 자세한 건 알 수가 없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래전에 레빈도르라는 작자가 남긴 새하얀 숲에 관한 전설이 담긴 책을 들여다보는 거네. 허무맹랑한 동화책을 빼고는 새하얀 숲의 정체를 알려주는 게 없네. 숲에 발을 들인 자는 다신 돌아오지 못 했네. 필요하다면, 책장에서 책을 가져가 읽어봐도 좋네.

사람들이 새하얀 숲을 피해 남부를 오간 건데, 숲이 남부로 향하는 길을 막으려 드네. 숲에는 보통 기사가 입는 갑옷 보다 더 두터운 걸 두르고 다니는 무언가가 돌아다닌다는군. 그것들이 숲에서 서성이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을 하는 걸 본 사람은 없다네. 아는 사람은 숲에 나오지 못 했을 테니까.”

“전령 일을 하는 타르겐은 지금까지 길을 잃지 않고 남북을 다닌 거군요. 어쩌면 타르겐이 저와 파일이 어떻게 북대성당 로텐까지 온 건지 의심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남부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까?”

비에르탄의 청에 리비킨은 곤란해 했다.

“그건 어렵겠네. 타르겐은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네. 좋게 말하자면 그렇고. 남북을 오가면서 무슨 일을 겪은 건지 말을 해주지도 않고, 사람을 잘 믿지 않으려 하네. 자네라면 더더욱 그러겠지. 타르겐은 사람을 너무 의심하네. 내가 말은 해보겠네,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걸세. 타르겐이 아니어도 남부로 내려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있을 거네.

검은 관을 보고 싶다 했지? 조금만 기다리게, 안내해 줄 사람을 부르겠네.”

지하로 내려가는 길, 라카멜은 쇠창살문 앞에 멈춰 섰다. 카멜과 기사 한 명이 일행과 동행했다. 카멜은 비에르탄을 쳐다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비에르탄이 물었다.

“남대성당 홀텐에서 오셨다고 했죠? 당신이랑 옆에 책 읽는 제자까지 두 분 말이죠.”

카멜이 말했다.

“그렇소만.”

비에르탄이 짧은 한 마디만 하고 말을 않자. 카멜은 열쇠꾸러미에서 열쇠를 찾아내어 문을 열었다.

지하실에 보관된 검은 관을 천장 틈새로 새어 들어온 빛이 비추었다. 비에르탄은 지하 맨 아래에 있는 공간에 빛이 들어오는 북대성당 로텐의 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자신의 지루함을 달래려는 라카멜이 로텐 대성당 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했다. 동행하는 기사 티시아는 알고 있는 사실이라 들을 이유가 없었고, 비에르탄의 제자라 한 파일은 리비킨이 빌려준 책에 신경이 가 있어 웅얼거리는 잡소리에 불과했다. 파일은 종이를 꺼내서 빈 부분에 적었다. 그리고 그녀는 종이를 흘리고는 했다.

비에르탄은 듣지 않을 이유가 없어, 귀를 열고 라카멜의 말을 경청해주어야 했다. 라카멜은 로텐에 대해 말하면서, 비에르탄이 의심스럽다는 타르겐의 의구심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중간에 따분해져 싫증이 난 비에르탄이 별 생각 없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실수로 말하도록 라카멜이 질문을 하나, 비에르탄은 라카멜의 유도에 넘어가지 않고 짧게 잘라 답했다.

비에르탄은 쇠사슬에 다양한 잠금장치로 묶어둔 관에 다가갔다. 라카멜은 이어 말했다.

“전령인 타르겐이 새하얀 숲 때문에, 길 찾기가 어려워져 남부에 못 가본지 몇 달이 지나긴 했죠. 그래도 그가 기억력은 좋아서 남부 홀텐 사람들이 누가 있는지 대강 기억은 하고 있어요. 그는 당신을 본적이 없다더군요. 그냥 평범한 기사 정도는 몰라도, 북부 대성당 로텐까지 올 사람이면 그가 잊을 리가 없다 했어요. 남대성당 홀텐에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비밀리에 움직이는 일을 해오기라도 한건가요?”

비에르탄은 라카멜의 말을 들으며 관을 살펴봤다. 고대 지하묘지 토리스, 그곳에서 대성당이 발견했을 당시에 의식이 진행된 참이라 자칫하면 엘리스가 깨어날 수도 있었었다. 대성당이 검은 교단의 주문을 알리가 없으니, 그들이 가진 방식으로 관을 잠가 놓았다.

비에르탄이 관에 손을 대고, 잠금장치를 풀려했다. 티시아가 놀라 라카멜을 본 뒤 검집을 잡고, 검 자루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뭐하는 거죠? 함부로 열려고 하면…!”

“두플리 엘리스를 단순하게 관 안에다가 가둬놓은 게 아니오. 검은 교단에서 그들이 가진 주문으로 뱀파이어를 잠재운 거요. 그리고 미라처럼 허술하게 붕대로만 묶어 둘 수는 없으니, 주문이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되게 관에다 눕혀놓은 게지. 지하묘지 토리스에서 치른 의식은 관을 여는 것에서 끝났소, 검은 교단이 방해를 받아서 그들은 안에 든 것에는 손도 대지 못 한 거요.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당신네 대성당이 열린 관을 잠그려 행한 힘이 엘리스를 잠재운 주문이 틀어지지 않게 했는가요. 엘리스를 재운 주문에 영향을 주어 깨운다면, 대성당이 잠그려 사용한 게 무슨 소용이겠소.”

비에르탄의 말과 그가 과거 대성당이 만일을 대비해 걸어둔 마법을 풀어내니, 라카멜은 그가 의심이 들다가도 대성당 사람이 다룰 수 있는 힘을 사용하니 신뢰가 들었다. 그러나 티시아는 라카멜과 반대였다.

“무얼 할 생각입니까?”

티시아가 걸어가며 물었다.

“관에 거추장스럽게 붙은 것들을 없앨 거요. 쇠붙이 소리가 나서 거치적거리는 건, 원치 않소. 그대로 두면, 쩔렁거리는 소리 때문에 내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꼴이 될 것이오. 난 관을 묶지 않고, 검은 교단이 그랬듯 관 자체에 주문을 새길 거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안에 잠든 것을 깨우지 않은 채 나중에 남부로 내려갈 때 조용하게 갈 수 있겠지.”

비에르탄이 답했다. 그리고 파일이 티시아를 지나서 비에르탄에게로 갔다. 비에르탄 옆에서 배낭 안의 도구를 꺼내주는 파일이 흘린 종이를 티시아가 밟고 미끄러졌다.

“넘어진 당신처럼 요란하지 않게 말이오.”

비에르탄은 쇠사슬을 밀어 치우고, 관 덮개를 파서 문양을 새겼다.

“우린 당신이 관을 보러왔다고 들었습니다. 로텐의 기사단장께서 당신이 관에 손을 댄다는 말은 하지 않았죠.”

라카멜이 말하며 티시아를 일으켜 세웠다.

“당신이 관에 사용된 대성당 힘을 다루는 걸 제 두 눈으로 보니, 믿음이 갑니다만. 비에르탄, 그 일을 하기 전에 우리가 완전히 신뢰할 수 있게 당신의 정체를 밝혀줬으면 합니다.”

“난 내가 하고 있는 행동으로 정체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소. 그리고 관을 보관한 북대성당 로텐의 지하실 밑바닥인 이곳이 예전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알고 있지. 먼 옛날 북부를 공포에 몰아넣고 야만인이 남부까지 내려오게 만든 대전사 알페를 감당 못 해서 가둬두었던 곳이었소. 이 공간만으로도 관에 잠든 두플리 엘리스에게 걸린 주문이 시간이 지나서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소.” 비에르탄이 쇠사슬을 쥐고 들어보였다. “대성당이 엘리스가 깨어날까 두려워 마구잡이로 관에 둘러놓은 이런 것들만 없으면 말이지.”

비에르탄은 쇠사슬을 들어 보이면서 라카멜의 검날이 자신의 목에 가까워져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비에르탄의 시선은 자신의 눈이 비치는 검날에 향했다.

“내 정체를 밝혀달라고? 말해주겠소. 남부의 대성당 홀텐은 검은 교단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관을 가지고 있는 건 위험한 짓이었소. 옛날에 공포의 대상인 대전사 알페를 가두었던 지하실이 있으니 그 이점을 살려서 당신네 북대성당 로텐에서 관을 보관하기로 결정했소.

동시에 홀텐에서는 검은 교단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온 소수만 아는 대성당 소속 결사대의 정체가 드러났지. 검은 교단이 근거지로 삼은 고대 지하묘지인 토리스를 친 이상 본격적으로 대성당과의 싸움이 시작된 마당에 시크레시 결사대가 홀텐 몰래 움직일 이유가 사라졌소. 하지만 우리에 관한 것은 홀텐 내에서만 알기로 결정했소. 그 말은 결사대가 사용하던 음침한 곳에서 머물며, 홀텐을 방문하는 외부인들에게 얼굴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오.

그래서 전령 타르겐이 날 본 적이 없었겠지.

그렇소, 난 시크레시 결사대원이오. 여느 평범한 배달부였다면, 나와 내 제자는 북대성당 로텐에 도착하지 못한 채 사라진 이들의 명단부에 추가되었겠지. 난 결사대에서 검은 교단원을 처리하고, 그놈들이 저지른 의식을 수습해왔소. 그것들과 싸워온 내가 허무하게 길을 잃어 영역을 넓혀가는 새하얀 숲에 발을 들여 실종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시크레시 결사대원이 길을 못 찾아서 죽을 수준이면, 홀텐에서 우리의 정체를 알기 전에 검은 교단에게 괴멸해있었겠지.”

라카멜은 비에르탄의 목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는 자신의 의심과 검을 거두었다.

“당신 목에 있는 건 결사대 소속임을 알려주는 문신인건가요?”

“아니오, 내 말 못할 사적인 일에 관련된 거라 해두겠소. 내가 간단하게 축약해서 얘기해도 길어서 끝나려면 이틀은 기다려야 될 것 같소.”

비에르탄이 말하면서 등을 돌려, 물러나는 라카멜을 보았다. 그는 관에 대고 있던 손을 뗐다.

“다 되었소.” 비에르탄은 칼, 망치를 든 두 손을 들었다. “내게 확인하고 싶은 게 또 있소?”

투구 때문에 보이지는 않으나, 라카멜이 미소 지은 채 검을 넣으며 답했다.

“없습니다, 아직은.”

라카멜은 비에르탄이 리비킨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답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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