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목의 여왕과 검은 관.

  • 장르: 판타지 | 태그: #브로파인 #브로파인의모험
  • 분량: 25회, 220매
  • 소개: 왕을 섬기지 않는 베텐 가 자제 파비엥이 계모인 사만다가 생모 파엔나의 물건들을 모두 불태우려하자 유품 목걸이만을 빼앗기지 않으려 버려진 성당 로텐으로 도망을 가 숨겨두었으나. 파... 더보기

(구)-손님 1화

21년 12월

◆ □ ◇ □ ◆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지 꽤 시간이 흐른 텅 빈 복도에는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겨울바람만이 자리를 차지했다. 벽에 불가사리 벽화가 그려진 이곳 텅 빈 복도는 북부에 자리 잡은 북대성당 로텐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통로였다. 그리고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손님이 찾아왔다.

불가사리 길이라 불리는 북대성당의 통로 안에서는 로텐의 기사 라카멜은 얼굴을 가리는 투구를 쓴 채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었다. 손님인 사내가 문을 열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경첩이 비명을 질렀다. 경첩의 날카로운 비명이 귀를 찔러와 불가사리 길에서 손님을 맞는 기사를 깨웠다.

“웬일로 손님이 찾아왔담? 전임자였던 렌아델이 방문객 맡는 일을 나한테 넘겨주면서 손님이 오면 뭘 해야 할지 가르쳐 주긴 했는데. 그게 몇 년 전이라 기억이 날까?”

불가사리 길로 들어온 사내가 어깨에 쌓인 눈을 치워내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손님이 왔는데 무얼 해야 할지 잊어먹어 생각에 잠긴 채 자신을 쳐다보는 라카멜에게 사내가 다가갔다. 사내는 불가사리 길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가. 그는 라카멜의 시선을 의식하고, 라카멜을 발견한 것이다.

사내가 라카멜에게 자신을 소개하려는 순간에, 라카멜의 전임자인 렌아델이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시오. 행색을 보아하니 남부에서 온 모양이군.”

렌아델이 인사했다. 손님인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카멜이 졸고 있는 사이에, 오늘 일이 없던 전임자인 렌아델이 불가사리 복도에 왔었다. 렌아델 그는 긴 의자에 앉아 불가사리 길의 창문 밖을 보던 중에, 방문객을 봤었다. 렌아델은 시선이 사내에게서 불가사리 길의 입구 문으로 향했다. 그는 사내 외에 일행이 하나 더 있다는 걸 확인했었다.

사내가 열었던 불가사리 길 문이 스스로 닫히는가 싶더니, 문이 조금 열린 채로 멈췄었다. 렌아델이 본 사내의 다른 일행이 열린 문틈 사이로 손을 뻗어 문을 잡았다. 경첩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사내는 뒤돌아 자신과 함께 온 일행을 봤다.

북대성당 로텐에 찾아온 손님은 둘이었다. 사내와 소녀. 창밖에서 지켜볼 때부터 렌델은 둘 다 남쪽에서 온 대성당 사람임을 알아봤다. 남부 상인이 입어본적도 없는 옷을 따뜻하다고, 추운 북지방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파는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부를 갔다 온 경험이 있는 자라면, 거기 가서 입을 옷이 있으니 살 필요도 없거니와. 필요하면 북부 가까이에 위치한 남부 변방에 사는 북부인에게 옷을 사면 그만이었다. 정 안 되면 추위에 떨면서 북부에서 옷 파는 사람을 찾던가 말이다.

방문객 중 하나인 사내는 벨트에 검을 찼고, 목에는 목걸이를 썼다. 그는 남부 상인이 파는 끔찍한 옷이 북부의 추위를 막아줄 수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닫고 추위에 떠는 중이었다. 함께 온 소녀는 뒤쳐져서 사내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서 그를 따라가는 길에 만난 북부인이 준 털옷 덕에, 사내 보다는 따뜻하게 북대성당 로텐까지 왔다.

소녀는 그녀보다 큰 배낭을 메고 있었다. 배낭에는 깃털 펜과 잉크병, 책 그리고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고, 배낭이 닫히지가 않아서 소녀가 줄로 묶어 고정했다. 그리고 배낭 안에 못 들어간 것은 바깥에 묶어 고정시켜 놨다. 소녀는 불가사리 길에 있는 긴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위에 쌓인 눈을 바닥에 쓸어냈다.

“눈은 밖에서 털고 와주시겠어요?”

보다 못한 카멜이 말했다.

“내버려두게.”

렌델이 말했다.

“어서들 오시오, 몇 년 만에 이 누추한 곳에 손님이 오는군. 당신이 입은 갑옷과 차고 있는 검은 대성당 기사들의 것이지. 당신과 소녀는 남부 대성당 홀텐에서 왔겠지?”

“그렇소, 우린 남부에 위치한 대성당 홀텐에서 왔소. 난 대성당 기사 비에르탄이오.” 비에르탄이 물음에 답했다. 그는 손을 뻗어 소녀를 가리켰다. “이쪽은 내 밑에서 수행 중인 견습 기사 파일이오. 그녀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

“그리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겠군.”

렌델이 눈여겨본 파일의 깃털 펜과 잉크병을 두고 말했다.

“무슨 일로 왔는지는 나중에 묻기로 하고, 둘 다 먼 길을 오느라 지쳤을 테니 쉬어야겠소. 카멜, 내 전에 자네에게 일을 넘겨주면서 손님이 머무르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알려줬으니. 두 손님이 머물 방으로 안내해주게. 난 할 일 없는 사람한테 이곳을 맡기고 펜텔로프에게 가서 손님이 온 걸 알리겠네.”

북대성당 로텐에 몇 년 만에 찾아온 손님이나 대성당 소속의 기사들 말고는 두 손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님 사제들이 머리에 뒤집어 쓴 로브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두 손님은 자신 둘에게 시선이 향하는지 모르거나.

라카멜이 비에르탄과 파일 두 손님이 머물 방위치를 까먹어서, 그들은 지나가면서 본 대성당 로텐 사람을 두 번 넘게 봤다. 라카멜은 비에르탄 일행이 무슨 일로 북대성당을 찾아온 건지 궁금하나, 일행을 슬쩍 보기만 할뿐 묻지는 않았다.

라카멜은 손님을 데리고 도착해서 비에르탄과 파일이 북대성당 로텐에 머물며 각자 쓸 방을 안내해줬다. 카멜이 가지 않고 일행이 쓸 두 방 사이에 서있자, 일행은 카멜을 쳐다봤다.

라카멜은 일행이 머물 방 이외에 다른 것들을 안내해주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일행이 방에서 짐을 풀고 나오자, 그들이 씻을 곳 그리고 식당이 어디 있는지 알려줬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린 파일이 식당으로 달려갔다. 북적대는 대성당 로텐의 식당에서 파일은 요리를 맡은 사제들에게 음식을 받은 접시를 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비에르탄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탁자에 놓고 파일 옆에 앉았다.

비에르탄은 라카멜이 식사하지 않고 멀리서 일행을 지켜보다가 식당에서 벗어났다. 일행 맞은편에 앉은 사내가 말했다.

“라카멜은 웬만해선 남들이 보는 앞에서 투구를 벗지 않는다오. 옛날에 라카멜은 북대성당 로텐을 습격한 야인들과의 싸움 이후로 저런다오. 야인 놈들은 이곳 로텐의 지하 밑바닥에 봉인된 그들의 우상인 대전사 알페를 깨우러왔었지. 원래라면 쉽게 막을 수 있었겠지만, 유령 도시가 되어버린 땅을 다스렸던 가문 사람 하나의 배신으로 야인들은 당신이 온 불가사리 길까지 방해를 받지 않고 왔소. 그들을 막긴 했지만, 배신자를 믿은 대가로 라카멜은 얼굴에 상처를 입었소.”

사내는 그가 자른 고기조각을 칼로 찍어들어, 고기조각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배신자가 가진 이름이 많았소. 괴상한 작자였지. 다펜리 알리사, 그녀가 가진 이름 중 하나였소. 우리 앞에서 쓴 이름이었지. 그녀가 북대성당 로텐 지하에 잠든 대전사 알페를 깨우려는 야인들을 데리고 왔었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다펜리는 화살에 맞은 채 눈 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소. 지금도 그러지만, 우리 북대성당 로텐에서는 로테헨달 군주와의 신뢰를 지키고자 왕가 소유 메델론 호수에 순찰을 나갔었소. 로텐이 헨달 왕국 영토에 남아있기 위해서 멘델론 호수를 수호했소. 북대성당 로텐이 헨달에 자리 잡는데 선대 여왕인 페드릴이 왕가의 호수를 지켜주는 것이 우리에게 내건 조건이었소.”

사내는 칼을 접시에 두었다.

“라카멜이 메델론 호수에서 순찰을 돌았었소, 지금은 불가사리 길에 올 손님을 기다리오. 그게 배신 이야기의 시작이었소. 라카멜과 난 순찰을 나갔다가 교대 후 돌아오는 길에 다펜리를 발견해 아무런 의심 없이 대성당 로텐으로 데려온 것이오. 우린 다펜리를 치료해주었소. 그녀가 자신에 대해 모두 얘기해주진 않았소만, 그녀가 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그 뒤야 라카멜과 다펜리 외에 사람들과 모험을 떠나고 진부한 일들이 있었소. 자세한 이야기를 원한다면야 들려줄 수 있소, 하지만 지금 얘기하고 싶진 않소.

모험 끝에 도달해 얻은 건. 딸은 못 찾았으며, 모험 끝의 결말은 다펜리의 배신으로 종지부를 찍었소. 다펜리가 우릴 배신한 날, 난 오늘처럼 식사 중이었지.”

사내가 말하다가 옆자리에 앉을 이가 오자, 사내가 그 자리에 놓았던 깃털이 달린 모자를 치웠다.

“난 여기 북대성당 로텐을 오가는 전령이오. 남부 대성당 홀텐에서 내가 혼자 짊어지고 갈 수 있는 물건들을 받아다가, 이곳 북대성당 로텐에 들린 다음에 북부의 크고 작은 성당들에 이어서 전달해주는 일을 하지. 원래는 돈 받고 일하는 배달부가 물건을 북부로 가져다주었소. 난 편지를 날라 소식을 전해주고 말이오.

그런데 배달부들이 남부에서 올라가는 길에 새하얀 숲에서 없어진다는군.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내가 실종된 배달부 것까지 떠맡게 된 거요. 난 타르겐이오, 그쪽은?”

“비에르탄.”

비에르탄이 답하자, 타르겐은 맥주잔을 들어 마시며 시선을 위쪽에 두었다. 타르겐은 비에르탄의 이름을 되뇌더니, 타르겐이 눈을 흘겨 뜬 채 옆에 앉은 기사를 보았다. 타르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고, 그의 주변에 앉은 이들이 말을 안 하여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타르겐이 헛기침을 하며 정적을 깼다.

“북대성당 로텐 소속의 기사들과 함께 앉지 않고 남은 자리를 찾아온 걸 보니, 당신은 이곳에 속한 자는 아니겠소. 남쪽에서 올라왔소? 입구에서 당신과 당신 일행을 보지 못했소. 북대성당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성당 사람은 로텐으로 들어올 땐 다른 통로로 들어왔소. 대성당 사람이 아닌 방문객들만 불가사리 길을 이용하오. 그들은 우리가 쓰는 통로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지. 비에르탄, 당신은 대성당 기사 옷을 입고 있지 않소? 당신은 어느 방향 쪽의 대성당에서 온 것이오. 멀리서 온 대성당 기사라면 북대성당에 대해 못 들었을 수도 있겠군. 그쪽 사람들은 북대성당이 멀어서 올 일도 없고, 거리가 있어서 소식이 잘 안 닿소.”

타르겐은 말하면서 비에르탄이 입은 남대성당 홀텐을 상징하는 문양의 전포를 봤다. 타르겐은 비에르탄이 남부 대성당 홀텐에서 왔다는 걸 그의 옷을 통해 짐작은 했다. 타르겐은 비에르탄이 대성당 기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워 확인하는 것이었다. 대성당 사람들이 북대성당 로텐의 불가사리 길을 사용하는 일이 있다면, 중요한 소식을 가지고 왔을 때였다.

“당신들도 알겠지만, 내가 불가사리 길로 온 건 중요한 소식을 가져왔기 때문이오. 망토에 가려지긴 했소만, 내 옷에 새겨진 남대성당 홀텐의 문양을 봤을 테니,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고 생각하겠소.”

북부 로텐의 식당에서 대성당 사람들이 한창 모여 식사를 하는 와중에, 노년의 남자가 들어서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대성당 로텐을 수장인 기사단장 리비킨이 렌아델과 주요 인물들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리비킨은 식사를 계속하라 말하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

렌델이 리비킨에게 비에르탄을 가리켰고, 리비킨이 비에르탄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자네가 비에르탄이로군. 반갑네, 젊은이. 난 이곳 북대성당 로텐을 관장하는 기사단장 리비킨이네. 대성당 기사인 자네가 북대성당 로텐의 불가사리 길로 왔다는 건 무언가 중요한 소식을 갖고 왔다는 거겠지. 따라오게, 그 소식이 무엇인지 들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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