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흡연자를 죽이고 가장 큰 공포는 무식으로부터 온다 공모(비평) 이달의리뷰 공모채택

대상작품: 쿠네쿠네 롸이롸이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렝고, 19년 6월, 조회 105

일본 괴담 마니아들이라면 ‘쿠네쿠네’ 괴담은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논밭이나 인적 드문 시골에서 춤을 추는 듯 몸을 배배 꼬는 하얀색 괴생명체. 어쩌면 이미 피크를 찍고 난 뒤 내리막을 걷는 괴담으로 여기실지도 모르겠네요. 쿠네쿠네 괴담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듣고 퍼뜨린 괴담이니까요. 쿠네쿠네 괴담 열풍은 제 기억 상으로도 약 5~6년 전에 한국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중학교 같은 반 친구가 쿠네쿠네를 언급한 것을 또렷이 기억하니까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 친구는 일본 괴담이나 서브컬처에는 관심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이미 일본 괴담 마니아 판을 넘어 범-인터넷 상으로 퍼진 괴담이라는 의미겠죠. 그리고 그게 이미 5년 전이니, 이를 소재로 삼는다는 건 자칫하면 이미 한참 플로우가 지난, 소재로서는 철저히 철이 지난 것을 소재로 차용한 작품이 되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소재가 진부할 수는 있지만, 진부한 소재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 작품은 자칫 진부하고 루즈해질 수 있던 쿠네쿠네라는 소재를 작가님만의 센스를 녹여 만든 좋은 코믹 호러 작품이 되었습니다. 쿠네쿠네라는 괴담의 베이스는 잘 잡혀 있으니, 어떻게 간을 해 맛을 내는지에서 갈리는 승부였는데 그걸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쿠네쿠네라는 괴담의 베이스라인은 꽤 조밀하게 잡혀있는 편이니 말이지요. 전체적으로 널리 퍼진 ‘쿠네쿠네’ 괴담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 하얀색 기다란 물체로

● 산이나 논밭, 경우에 따라서는 해변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 구불구불한 몸으로 춤을 추고

● 멀리서 보면 괜찮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 그것을 ‘이해’하게 되고

● 그것을 ‘이해’ 하면 미쳐버린다.

정도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괴담이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인 괴담으로서의 ‘베이스라인’일 뿐, 단편소설과 같은 형식의 이야기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런 류의 글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기껏해야 엽편 정도의 짧은 펄프 픽션들만이 만들어지겠죠.

하지만 엄성용 작가님은 본작 「쿠네쿠네 롸이롸이」에서 작가님만의 상상력을 더해 쿠네쿠네라는 존재를 구체화하고, 어떤 습성을 가지는지, 그것이 작품 내의 상황과 어떻게 관계가 되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모든 흡연하고 싶어 애가 타는 대학생들을 유혹할 만한 ‘담배 피우기 아르바이트’가 왜 하필 담배는 마을 아무데서나 피우면 안 되고 산에 들어가서 피워야만 하는지, 왜 온갖 수상한 요구를 들며 담배를 피우라고 하는지, 흡연실은 왜 검은 천막으로 덮여야만 하는지. 모든 배경설정은 정확히 맞물리고, 아주 잘 쓰였습니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고평가를 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배경 설정에 비해, 작품이 어떤 형태를 띠는지, 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는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하는 작품의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어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꼭 작품을 열람하신 뒤에 읽어주세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좋은 작품이고 코믹 호러로서는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네, 코스믹 호러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작품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코스믹 호러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여기에서 가장 큰 공포를 유발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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