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실종되었다 공모

대상작품: 누구든 실종시켜 드립니다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8년 10월, 조회 294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작가는 리뷰 공모에 부쳐 어떤 리뷰가 듣고 싶은지 적었으나, 이 리뷰는 그와 거리가 멀다. 단순히 내가 읽고 느낀 점만을 기술했다.

 

 

우선 이 작품에는 주인공을 제외한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다가 망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완, 탐정이면서도 종편 예능 등에 출연하여 인지도를 높여가는 김경찬, 주인공의 옛 친구이자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썽’. 그런데 이 작품의 분량은 99매 밖에 되질 않는다. 각자의 이야기를 해야하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충분히 맥락을 갖고 떠들기에는 어림도 없는 분량이다. 게다가 엄마와 할아버지의 말싸움이 상당한 분량을 잡아먹는다. 주제와 아주 연관이 없는 내용은 아니었으나, 이정도 연관성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는 것 아닐까. 덕분에 인물들은 적은 분량을 겨우 나누어 가졌다.

김경찬은 단순한 사기꾼이다. 아주 단순한 지라 이 세 명의 등장인물 중에 가장 적은 분량을 가져갔음에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수완과 썽은 이야기가 다르다. 후반에 나오는 수완의 모습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소설 내내 보여지는 그녀라는 인물 자체가 너무 답답한 데, 공무원 시험/아이돌 연습생/유튜버 중에서 도대체 뭘 하고싶은지 본인도 잘 모르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후반부의 ‘언급’에서는 너무 진취적인 인물처럼 제시된다. 그 언급이 내게는 수완이 ‘아직 자신의 꿈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거나 ‘공부를 접고 아예 유튜버로 뛰어들겠다’는 결심처럼 읽혔다. 그런데 그녀가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는 존재인지 잘 모르겠다. 방황하던 인물이 결심하기에는 무언가 계기가 필요한데, 이 작품 내에서 마땅한 계기는 없었다. 코인노래방과 직전에 주인공이 한 자기 고백? 고작 그거로 사람이 확 바뀌는 건 어딘가 이상하다.

썽은 그에게 필요한 분량의 반의 반도 못 받은 것 같다. 우선 로맨스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에도 계기랄 만한 게 별로 없어보인다. 이 작품이 ‘전일도월드’라는 이름의 연작 중 하나라고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만을 독립된 소설로 읽어도 무방하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썽과 주인공의 썸은 너무나 급작스럽다. 쌍둥이 오빠에게 ‘걔랑 아직 연락하냐’고 물어서 겨우 닿은 사이인데, 뜬금없이 드레스 이야기를 하다가, 웨딩 드레스와 프러포즈에 도달한다. 사이사이에 실종된 이야기가 너무 많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작가 본인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이야기를 순조롭게 풀어가기에는 너무 분량이 적었다. 너무너무 적었다. 작가가 충분한 분량으로 차근차근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더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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