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장르가 추리/스릴러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단순히 미래와 재이라는 여자 친구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생각했을 만큼
대화와 분위기가 매우 친근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오히려 긴장감을 느끼기 보단 편안한 마음으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작품을 읽으며 문득 사람은 참 묘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늘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타인을 동경하며 살아간다.
결혼한 사람은 자유로운 미혼의 삶을, 미혼은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고
아이가 없는 삶은 아이가 있는 삶을,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가 없는 삶을 가끔씩 상상해 본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방은 분명히 나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믿을까.
작품 속 주인공들이 제주도 셰어하우스를 찾아간 이유도 결국 동경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블로그 타이틀의 변화였다.
‘길리와 꾸따의 세계살이’였던 블로그 제목이 어느 순간 ‘길리의 제주살이’로 바뀐 순간
앞으로 어떤 사건이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을 중반 정도 읽었을 때 의심이 많은 성격 탓인지 자연스럽게 길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을 만나는 일이 흔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블로그 속 그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친절한 말투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불안하게 다가왔다.
작품을 모두 읽고 난 뒤 드는 생각은 결말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소름끼치게 다가왔던 점이다.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 완벽한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존재에게 배신당하는 감정은
얼마나 잔인할까.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지만 깊은 상처를 입었을 그 사람의 마음에 더 시선이 머물게 된다.
[잊지마, 그런 일은 생겨. 누구에게나]
완벽한 삶도, 완벽한 사람도 없듯이 인간관계 또한 완벽하지 않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결핍은 존재하고
부족해 보이는 삶 속에 오히려 진짜 행복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