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헌님의 수해를 읽고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수해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녹음익, 18년 11월, 조회 127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품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따라가던 도중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혼란스러웠던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읽는 시각이 달라 절대적인 지침은 될 수 없겠지만, 혹여 도움이 될까 싶어 그러한 대목들을 몇 군데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제일 처음으로 당혹감을 느꼈던 부분은 물에 잠긴 산에서 수하라는 아이가 세웠던 계획과 그 계획에 무언으로 동조하는 다른 아이들의 태도였습니다. 산 중턱 아래로 온통 물바다가 되었는데 산 아래에 있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깊은 물 속으로 내려간다는 계획 말입니다. 사실 관대하게 보면 어떻게든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었습니다. 너무 어리거나, 어리지 않더라도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당황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기 전에 당장 떠오르는 것은 황당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된 데는 화자가 하는 말의 어휘와 문장 구조가 꽤나 원숙해 보여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그렇게까지 어리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던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경계벽에 대한 초반부의 묘사가 애매해 배경의 공간적인 배치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힘겨웠습니다. 물론 글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 것인지 명확해졌지만경계벽이 처음 언급되는 대목에서는 파악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왜 파악이 곤란했냐 하면, 물의 수면은 일정하지 않습니까? 산 정상까지 제대로 오르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약한 인원이 걸어서 도달할 수 있고, 수하가헤엄쳐서 마을까지 간다는 발상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산과 마을간의 거리가 그렇게까지는 멀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산의 중턱까지 깊은 물이 새파랗게, 즉 엄청난 양의 물이 차오른 상태인데, 마을의 지대가 산보다 낮다면 산과 마을의 중간에 또 다른 경계벽이나 산의 중턱만큼 높게 솟은 장소가 없는 한 마을도 물에 잠겨야 하지 않나 싶었던 것입니다. 아니면 마을이 위치한 지대가 산 중턱보다 높거나 말입니다. 그러면 그와 관련된 언급이 있으면 납득이 갈 텐데 그냥 마을이 경계벽 내부의 중심에 있어서 물이 들어온 것을 몰랐다고만 설명이 제시되니 받아들이기가 다소 힘들었습니다.

또한 비상대책회의가 열린 날에 수하의 아버지가도란도란이야기하고 있다 하여 사고가 일어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이라는 것을 일단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색대 이야기가 등장하니 좀 의아했습니다. 차후의 언급을 보면 공동체 내에 아이들의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상황 같은데, 그래도 나름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방식의 직종까지 존재할 정도로 구조가 안정되어 있는 사회에서 왜 실종이 확인된 즉시 수색에 돌입하지 않고 며칠이나 시간을 흘려 보낸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종이 발생한 지역은 이미 물도 다 빠진 상태라고 했고, 깊은 물에 빠진 사람이 죽었을 거라는 사실도 곧바로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지세니 그다지 지형이 험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꼭 회의를 한 다음에 수색을 시작해야 하는 세계관이라거나, 이미 부모들에 의해 초동 수색이 이루어진 후에 추가 수색을 위한 회의가 열린 것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작중에서는 그와 관련된 언급이 딱히 없었기에 실종사건 후 처음으로 수색에 관한 논의가 제시되는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경계벽 밖에서 파란 표시가 사라진 부분이 늘어났다는 것은 물이 줄어들어서 지표가 드러났다는 말인데, 그것과 경계벽 주위에만 둥글게 물이 모여 방벽 내부로까지 침투하게 된 것이 무슨 관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원의 설명을 들어보면물이 줄어들었다는 사실과경계벽 안으로 물이 침범했다는 사실이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표현되고 있기에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물을 끌어당겨 온 것에 의해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찾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구상의 물이 아예 이 지역으로 몰렸다는 표현을 보면 바깥의 물을 계속해서 끌어들이는 동시에 계속해서 방출하는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고, 인구도 수천 정도로 적은 마을에서 무한정 물을 소모할 수는 없었을 테니 일정 정도의 물을 끌어들인 다음 수문을 닫아 담수화시켜 사용하고 또 일정 정도의 물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규모의 단속적인 흐름으로 온 세계의 바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읽는 입장에서 잘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깥의 물이 줄어들었는데 어떻게 물이 안으로 더 잘 침투하게 되었는지도 논리적으로 연결시키기가 힘들었습니다. 물이 줄어들었다고 했으니 물이 경계벽을 넘어 오는 것도 아닐 것이고, 경계벽에 걸리는 수압이 줄어들었을 테니 경계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경계벽이 낡아 버렸다거나 경계벽 내부의 지대가 전체적으로 내려앉았다는 식의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경계벽 내부를 포기해버린다는 전개도 조금 기이하게 느껴졌습니다. 빙하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바깥에 있는 물은 바닷물인 것 같은데, 설령 빙하가 모두 녹아 담수가 섞여 들었다고 해도 일단은 염수일 테고 이제까지 염수에 덮여 있던 토지로 이주하면 작물과 과수를 재배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그런데도 마을을 지키면서 바깥에 멀티를 두는 전략은 고려하지도 않고 곧바로 떠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좀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싶었던 것입니다. 물론 관개 기술이나 수경재배 기술이 발달한 세계관이라면 납득이 되겠지만 그러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좀더 지엽적인 부분으로는 수영장이 없어 실제로 헤엄쳐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수영을 배웠다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 코앞에서 말뚝박기 중이던 상희의 친구들은 왜 뒤늦게달려온 것인지, 물이 없는 위쪽에 동굴같은곳은 어떠한 곳인지, 작품의 초입에 언급된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은 뭐였는지 등등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위기에 처한 마을 공동체가 갈등을 빚는다는 설정에서 오는 비극성과 분위기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는 내내 상기한 의문점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명확히 설명해주는 부분은 없어 작품을 제대로 즐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 제가 최종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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